8월의 물가 상승률이 5%대로 내려갔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상승이다. 전월(6.3%)보다 0.6%포인트나 떨어졌다. 전달보다 떨어진 건 근 2년 만이고 3개월 만에 5%대로 내려섰다. 가파르게 오르던 상승세가 완연히 꺾인 모습이다.
이유는 분명하고 간단하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등의 오름폭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다. 지난달 3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물가는 6%를 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일부에선 물가 상승세의 둔화를 두고 금리 인상의 자제를 얘기하는 모양이다. 설익은 주장이다. 긴축의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
우선 현재의 물가 동향은 잡혔다기보다는 고공 행진 중에 잠시 주춤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물가 정점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복병도 너무 많다. 유가는 계속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중동의 감산 여부와 수요 전망에 따라 널뛰기를 반복한다. 그럼에도 언제나 선물이 현물가보다 높다. 추세적 하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태풍 ‘힌남노’의 피해로 신선식품 가격이 오를 게 뻔하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와 다름없는 생활물가지수는 6.8% 상승이다. 심지어 전기·가스·수도는 15.7%나 올랐다. 이 분야 조사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억눌러 놓은 전기료다. 물가의 시한폭탄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2%대의 상승률을 적정선으로 보는 현실에서 5.7%는 한참 높은 고물가다. 물가가 안정선에 도달하기 전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건 알약 한두 번 먹고 근원 치료를 포기하는 일과 같다. 금리 인상이 주춤거려선 안 된다는 얘기다.
물론 통화·금리 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한다. 적어도 내년 경기를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는 낮아진다 해도 2%를 넘는다는 전망이 대세다. 잠재성장률로 볼 때 불황이라고 볼 수는 없는 수치다. 0.5%포인트의 자이언트 스텝은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베이비 스텝(0.25%포인트)의 금리 인상 발걸음을 멈춰선 안 된다.
물가 상승은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그건 수요의 조절로 잡을 수 있다. 일기와 정세의 변화로 저절로 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은 다르다. 심리적 고물가는 임금 인상 압력으로 나타난다. 그게 또 물가를 자극한다.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금리 정책이 조준하는 타깃도 기대인플레이션이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