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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대원의 현장에서] ‘21세기 거북선’ 경항공모함 좌초하나

‘한국형 항공모함’ 경항공모함(CVX·3만t급)의 뱃길이 어둡다.

국방부는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국방예산으로 57조1268억원을 편성했다. 방위력개선비 17조179억원과 전력운영비 40조1089억원을 합한 금액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한 규모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국방예산은 윤석열 대통령이 역점을 두는 북한 핵·위협 대응을 위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그리고 대량응징보복능력(KMPR) 등에 5조2549억원을 배정하면서 한국형 3축 체계 강화에 무게를 뒀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부터 북한의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한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조기 전력화를 비롯해 한국형 3축 체계 복원을 강조해왔다.

반면 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경항모 관련 예산은 단 1원도 잡히지 않았다. 일단 정부는 경항모사업을 아주 접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경항모에 함재기로 싣게 될 수직이착륙형 전투기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당장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경항모 함재기 소요 검증은 올해 중 완료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뀌는 순간부터 경항모사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팽배했다. 올해 예산으로 편성된 경항모 기본설계예산 72억원마저 집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정부가 F-35A 20여대를 추가 도입하는 차세대전투기(F-X) 2차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하면서 경항모 함재기로 유력하게 거론돼온 F-35B 도입은 물 건너 갔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군 안팎에선 어차피 국방예산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현재 권력이 과거 권력이 시작한 대규모 사업에 관심이 덜한 것 아니냐는 풍문이 나돈다. 실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작년 국회에서 반전을 거듭한 끝에 경항모 건조 착수 예산 72억원이 어렵사리 잡히자 “우리 국방력이 대북억지력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나라 자주를 위해 필요하고 이런 지정학적 위치에 걸맞은 국방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경항모에 대한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물론 경항모가 복잡하게 얽힌 외교안보사안을 단번에 해결할 만능열쇠는 아니다. 건조·운용·유지 등 비용 대비 효과와 함재기, 대체전력 등 꼼꼼히 따져야 할 대목도 많다. 해군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당포해전 뒤 올린 “신이 일찍이 적의 침입이 있을 것을 염려해 별도로 거북선을 만들었습니다”는 장계를 인용해 경항모가 ‘21세기 거북선’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날로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을 넘어 주변국의 예사롭지 않은 해양 군사력 증강 움직임을 볼 때 경항모사업은 여전히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은 2049년까지 10여척의 항공모함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며 일본은 이즈모급 호위함 2척을 경항모로 개조 중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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