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에 나타난 지표들은 대부분 경기침체의 조짐이다. 고통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져 간다.
우선 지난달엔 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줄었다. 지난 4월 이후 불과 3개월에 또다시 ‘트리플 감소’다. 글로벌 경제환경의 불확실성과 고물가와 긴축 정책의 여파는 여전한데 오미크론의 영향까지 겹쳤다. 생산은 전월보다 0.1% 줄었다. 5월(0.7%), 6월(0.8%) 반짝하다 다시 감소세로의 전환이다. 반도체경기 위축이 주요인이다. 설비투자도 3.2% 감소다.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가 모두 줄었다. 감소폭이 크지는 않다. 그나마 다행이다. 게다가 생산과 투자는 두세 달 증가 후 감소를 반복한다. 안도와 실망을 오가지만 나름 패턴을 보인다.
문제는 소비다. 7월에도 전달에 비해 0.3% 줄었다. 지난 3월(0.7% 감소)부터 다섯 달째 줄곧 내리막이다. 5개월 연속 감소는 1995년 이후 처음이다. 그해부터 통계가 작성됐으니 사상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이런 일은 없었다. 그때도 4개월 감소에 그쳤다. 심지어 코로나가 가장 극심했던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서도 줄었다.
소비 상황이 이러니 재고는 늘어만 간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보다 1.4% 늘었다.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하면 무려 17.2%나 증가했다. 중국 수요하락으로 반도체 재고가 많아진 게 주요인이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재고가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생산품의 창고행이 늘었다.
물론 상품 사는 것만 소비는 아니다.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밑돈다. 더 큰 부분이 외식과 같은 서비스 소비다. 이건 그리 나쁘지 않지만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보복 소비의 영향일 뿐이다. 끝물이란 얘기다. 어두워질 일만 남았다.
이미 소비에서 나타나는 건 절약과 긴축이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사치성 내구재의 감소는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오락과 취미를 위한 준내구재와 화장품 서적 등 비내구재들도 모두 줄어들었다. 늘어난 건 의복·신발·의약품 등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들뿐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물가오름세를 고려하면 소비가 늘어도 실제 내 입에 들어가고 입는 건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그마저 계속 감소한다는 건 소비자들이 얼마나 지갑을 닫았는지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는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 그 고통은 서민에게 더욱 크다. 지금 가장 중요한 정부의 임무는 취약계층 보호대책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