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와이오밍주 휴양지 잭슨홀에서 해마다 열리는 국제회의(잭슨홀미팅)는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저명한 경제 인사들이 글로벌 경제와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해 ‘중앙은행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 올해는 세계가 고물가로 몸살을 앓는 상황이어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는데 예상 밖의 초강경 발언이 나와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파월 의장은 26일 연설에서 “시장이 원하는 (금리인하로의) 빠른 전환은 없다”며 “물가를 잡으려면 고통(침체)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파월은 9분가량의 짧은 연설 동안 ‘인플레이션’을 46번이나 언급하면서 “물가를 못 잡으면 고통이 훨씬 더 커진다”고 역설했다. 시장에선 다음달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단행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됐다.
파월의 단호한 발언으로 상당 기간 ‘슈퍼 강달러’ 현상은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는 연 2.5%로, 같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올해 남은 금통위(10, 11월)에서 기준금리를 연속 올리면 연말 기준금리는 연 3%가 된다. 미국에선 애초 Fed가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9, 11, 12월)에서 금리를 인상해 연말엔 기준금리 상단이 연 3.75%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매파’ 발언 이후 월가에선 Fed 기준금리가 연 4%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당장 9월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340원대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과 금리 간극이 1%까지 벌어지면 상승 압력이 더 커진다. 환율상승(원화절하)으로 수출이 증가하는 건 옛날 얘기다. 오히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비용을 늘려 물가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더 크다.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수출이 0.03% 늘지만 수입은 3.6% 증가해 무역적자가 확대된다는 분석도 있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 누적 규모가 66년 만에 최대치인 254억7000만달러에 달했는데 수입가격 급증이 한몫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현 상황은 원화만이 아니고 주요국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로 움직이고 있어 한국에서 자본이 확 빠져나갈 우려는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 간 금리 간극이 1%까지 벌어지는 상황은 금융시장은 물론 우리 경제 곳곳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가계·기업의 고통을 가중할 요인임은 분명하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