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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아니면 또 낸다’식 부동산대책은 안 된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주택공급대책(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의 후폭풍이 거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탄생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첫 대책에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대는 한순간 실망으로 바뀐 듯 보인다. 특히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컸던 아파트 재건축단지 주민은 어느 때보다 크게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각종 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엔 공급대책의 책임자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 ‘원현미(원 장관과 문재인 정부 첫 국토부 장관인 ‘김현미’ 장관의 이름을 합한 조어)의 탄생’이라고 비꼬는 글이 올라온다. 원 장관의 이름이 ‘희롱’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희룡당했다”고 조롱하는 사람도 많다.

실망 매물이 늘면서 집값은 본격적으로 하락 추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재건축아파트는 평균 0.07%, 0.05% 각각 떨어졌다. 특히 재정비사업 기대감이 컸던 1기 신도시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은 이달 둘째 주(12일 기준) 보합(0%)을 기록하던 데서 대책 이후인 셋째 주(19일 기준) -0.02%, 넷째 주(26일 기준) -0.03% 변동률을 보이며 뚜렷한 하락 추세로 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시장에 영향을 미칠 구체적인 규제 완화 내용이 없는 게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공급 표로 제시한 270만가구는 실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 구도심을 중심으로 22만호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하겠다고 했는데 신규 정비구역 지정 기준이 무엇인지, 어떻게 22만호를 산정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10월부터 수요조사를 착수한다는 걸 보면 기본적인 수요조사도 없이 책상에서 뽑은 수치라는 뜻이다. 재개발·재건축·도심복합사업으로 52만가구를 서울 등 도심에 공급하겠다는 것도 도대체 민간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지 아무런 내용이 없다. 역시 이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근거를 내놓지 못한다. ‘민간 도심복합사업’은 내년 상반기 중 공모에 착수할 계획이라는데 어떤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을 끌어들일지 미지수다. 기대를 모았던 1기 신도시 재정비계획은 2024년이나 종합계획을 세우겠다는 게 전부다.

시장에 관심이 컸던 ‘재건축부담금 감면계획’은 9월 발표한다는데 미지수다. 가장 핵심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9월 대책이 실제 재건축사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현재로선 별로 기대하기 힘들다.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개선’은 국회 동의 없이 국토부 시행령만으로 개정이 가능해 당장 시행 가능하지만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최적 대안을 연말까지 제시하겠다”고 역시 미뤘다. 현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선 무엇 하나 확실히 결정한 게 없다는 이야기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시장은 눈치를 본다. 거래절벽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부동산대책은 ‘이게 안 되면 또 내놓으면 된다’는 식의 전 정부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대책은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대 최악의 거래 소강 상태를 벗어나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진짜 대책을 기대한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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