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마치고 8일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을 더욱 다지게 됐다”고 밝혔다. 자진사퇴 가능성이 알려진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거취를 비롯한 인적쇄신에 대한 질문에는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며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검찰국 신설·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 5세 하향 등이 공론화 과정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데다 관저 수의 계약 등 김건희 여사 주변 잡음 등이 더해지면서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24%까지 급락했다. 윤 대통령 휴가 중에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 의전 소홀 논란도 불거져 핵심 지지층인 보수마저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국정 농단 의혹이 터졌던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25%였다. 취임 석 달도 안 된 대통령이 ‘결정적 잘못’ 없이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지지율로 내몰린 것은 기이한 일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엔 박 장관의 정책 헛발질과 대통령실 참모들의 정무·소통기능 무능, 여당인 국민의힘 내홍 등이 복합 작용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민간주도 성장, 한미동맹 강화, 연금·노동 개혁 등 정책 방향은 여론의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서도 검찰·지인 위주의 협소한 인사로 특유의 공정과 상식 이미지를 훼손했다. 여론과 언론의 질타에는 “내 길이 옳다”며 검찰총장 때의 직진성향으로 일관해 오만과 독선 논란을 자초했다. 결국 본인과 김 여사가 일으킨 사고 뒷수습에 참모들이 갈팡질팡하면서 굵직한 민생 개혁 정책들이 묻히고 저평가되는 일이 많았다. 대통령부터 변하지 않고는 영(領)이 서지 않는 국면이다.
윤 대통령이 당장의 인적 쇄신을 유보하면서 8·15 광복절 메시지, 취임 100일 국정 쇄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번 광복절은 고물가·경제침체 복합위기로 민생 경제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때에 맞는다. 이재용·신동빈 등 기업인들의 사면으로 강력한 경제위기 극복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론 책임내각 원칙을 바로세워 섣부른 정책의 졸속 추진으로 정부의 신뢰를 추락시킨 장관의 경질에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총장 등 후속 인선에는 인재 풀을 넓혀 전문성·정무 감각을 겸비한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대통령 참모들도 능력을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내 식구 감싸기’식 태도는 금물이다. 여야와 국민을 잇는 정무·소통 기능의 부재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일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