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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아픈 기억의 ‘데자뷰’…쏘카, 공모주 투자해도 될까
불확실한 미래가치 치중
비교대상 기업선정 애매
평균의 오류 가치 부풀려
상장 후 물량부담 엄청나
이전 실패 사례와 닮은꼴

쏘카가 마침내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공모가 산정과정에서 비교대상 기업의 선정, 기업가치 평가방법 등에서 살필 게 많다. 구주매출은 없지만 상장 후 물량부담도 상당하다. 공모주 투자자 보다는 쏘카와 구주주, 주관사에 더 유리한 구조로 보인다. 공모주 시장의 부적절한 관행이 여전한 듯 하다. 투자에 신중해야할 듯 보인다.

▶비교기업 선정, 오묘한 자기부정(?)=쏘카 매출 99%가 카셰어링이다. 현행법상 차량대여업, 즉 렌터카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등 주관사단은 쏘카 공모가 산정을 위해 우버, 그랩, 리프트 비교기업 10곳을 선정했다. 9곳이 해외기업이다. 국내기업은 오비고 단 한 곳이다. 주관사는 국내에 상장된 롯데렌탈과 SK렌터카를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대상 기업에서 제외했다. 쏘카는 ‘슈퍼앱’ 기반이어서 기존 렌터카 업체보다 차량 1대당 매출이 3배 가량 높다는 이유다.

쏘카는 직접 보유한 차량을 빌려준다. 차량 소유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대여하는 ‘공유’와 는 차이가 크다. 비교기업 가운데 우버, 리프트, 그랩, 고토 등은 차량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 ‘승차공유 ‘가 주력이다. 버드글로벌과 헬비즈는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를 다룬다. 우한코테이와 삼사라, 오비고 등은 소프트웨어 회사다. 오로라이노베이션은 자율주행 솔루션업체다.

렌터카 업체와 다르다면 비교대상 기업도 쏘카와 ‘많이 닮았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쏘카와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적자라는 점이다. 쏘카는 2분기 매출 910억원에 영업손익은 14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순손익은 47억원의 적자다. 지난 해 연간으로는 중단영업이익 덕분에 순손익만 흑자였다.

▶4500억? 7400억? 2조원?…엿장수 맘대로(?)=쏘카의 희망공모가는 비교기업들의 기업가치(EV)가 매출액의 몇 배인지를 따져 그 평균값을 구했다. 그런데 비교기업 간 차이가 엄청나다. 우버가 제일 큰 66조원이 넘고, 가장 작은 헬비즈는 610억원이다. 매출도 마찬가지다. 우버가 28조원, 헬비즈가 200억원이다. 차이가 큰 업체들인데 각 사들의 EV/매출액 배수를 따로 구한 후 이를 평균을 냈다. 그 값이 7.7배다. 쏘카 매출액 3065억원을 대입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2조1590억원이 된다. 주당 가치는 6만9912원이다. 평균의 오류로 값이 높아졌다.

평균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10개사의 EV와 매출액을 합해 값을 구했다면 어떻게 될까. EV/매출액 배수는 3.06배가 된다. 예상 시총은 7430억원, 주당가치는 2만4059원이다. 단순 배수평균 덕분에 렌터카업체 보다 높은 가치 주장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매출 2조4227억원, 세전이익 1504억원인 롯데렌탈 시총은 1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1조원 세전이익 270억원인 SK렌터카의 시가총액은 3976억원이다.

▶누구를 위한 상장인가=이번 공모는 100% 신주로 구주 매출은 없다. 하지만 물량부담은 크다. 쏘카는 2014년부터 올 3월까지 5629억원의 외부투자를 유치했다. 가장 최근에는 롯데렌털이 지난 3월 1832억원을 투자해 지분 13.29%를 확보했다. 매입단가가 1주당 4만5172원이다. 이들의 의무보유확약 기간은 모두 상장 후 6개월 이하다.

쏘카는 150만주에 달하는 주식매수선택권을 임직원에 부여하고 있다. 행사가격은 1만6000원, 2만6000원이다. 1년내 행사 가능한 수량만 111만주가 넘는다. 6개월간 자발적으로 팔지 않기로 한 이들이 있다지만 6개월 후에는 모두 쏟아질 수 있다. 이미 주식으로 바꿔 수량도 32만주가 넘는다.

주가가 높아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이 커진다. 상장 후 시총이 커야 단기간에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고, 지수 내 비중이 높을수록 더 많은 기관 자금이 유입돼 구주주 매물 소화가 용이해진다.

▶성공과 실패의 전철 밟나=올해 상장을 철회한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 모두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사업모델과 규모에서 너무 다른 해외기업들로 비교기업을 선정했다가 적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비교기업 선택 등을 통해 공모가를 얼마든지 높이고 낮출 수 있는 현재 제도의 문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는 구주매출이 너무 많아 ‘누구를 위한 상장인가?’라는 지적도 받아야 했다. 기업공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결국 ‘투자’를 위해서인데,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구주주의 이익에만 충실하다면 일반 투자자는 ‘물량받이’로 전락하게 된다. 자금조달의 이유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실과 동떨어져 미래의 대한 장밋빛 전망에 지나치게 많은 가치를 부여하려는 시도도 문제다. 상장을 하고 주관을 하는 입장에서는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지만, 투자한 이들은 위험을 넘어 불확실을 감수해야한다.

쏘카는 이번 공모과정에서 주차플랫폼 서비스, 마이크로모빌리티(전기자전거 등) 등을 비롯한 모빌리티 밸류체인 강화와유관업체 M&A 등을 통한 자율주행 시장 진출계획 등을 공언했다. 하지만 아직 숫자로 설명이 안된다. 당장 1~2년 이내에 의미있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SK쉴더스는 대부분의 매출과 이익이 물리보안에서 나오는데 희망 공모가 산정과정에서는 사이버보안에 쏠려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는 은행업을 영위하면서도 상장 당시 은행이 아닌 종합금융플랫폼임이라고 주장했다. 비교대상 기업에서 은행을 제외했다.

SK쉴더스는 상장계획을 철회했고, 공모가 3만9000원이던 카카오뱅크 현재 주가는 3만원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비슷한 접근을 했지만 현주가는 공모가(9만원) 대비 한참 아래다. 임직원들이 스톡옵션 행사로 막대한 차익을 챙기면서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데다, 든든한 파트너라던 중국 알리페이가 보유 물량을 일부 팔면서 주가를 더 끌어내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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