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9일 내놓은 6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소비다. 심상치가 않다.
6월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18.3으로, 전월보다 0.9% 줄었다. 벌써 넉달째 내리막이다. 이런 장기간 연속 감소는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 1997년 10월∼1998년 1월 이후 24년5개월 만이다.
추세도 수상하다. 소비 감소는 3월 0.7%에서 4월 0.3%, 5월 0.2%로 이어졌다. 내리 감소이긴 했지만 그나마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었다. 6월 증가 전환의 기대감을 줄 만했다. 하지만 나타난 결과는 최악이다. 0.9%로 감소폭이 더 커졌다.
더 놀라운 건 전년 동월 대비다. 전달에비해선 4개월 연속 마이너스지만 전년을 견줘보면 4월과 5월 각각 0.4%, 0.7% 증가였다. 2021년은 코로나 극성기였다. 안 쓰고 못 쓰던 때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오늘날 소비는 플러스로 나오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6월은 그마저도 1.5% 감소다. 연속 감소보다 더 심각한 이유다. 경기침체의 징조로 보기에 충분하다.
오죽하면 정책 운영 부처도 아니고 자칫 “불안감 조성하지 말고 제 할 일이나 하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데 통계청마저 심각한 해석을 내놓겠는가. 통계청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운송 차질, 예년보다 더운 날씨 때문에 감소한 야외활동 등 당연한 시기적 변수를 지적한 데 이어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등으로 소비심리가 다소 위축된 데에 따른 영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하방 요인이 여전해 향후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숫자와 지표로 말하는 통계인들에게 ‘불확실성’보다 강력하게 위기를 대변하는 단어도 없다.
실제로 올해 들어 소비는 성장의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한국은행의 성장률 통계(속보치)만 봐도 그렇다. 지난 2분기(4∼6월) 성장은 0.7%였다. 0.5%만 돼도 좋겠다던 예상을 넘어선 깜짝 실적이다. 이게 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보복에 가까운 강력한 소비 덕택이다. 실제로 2분기 성장률에 대한 소비의 기여도는 1.4%포인트에 달한다. 수출과 투자에서 다 까먹었지만 소비 덕분에 0.7%가 남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소비에 제동이 걸렸다. 앞으로는 더 좋지 않다. 이미 코로나 6차 대유행은 시작됐다. 물가의 고공 행진은 멈출 줄 모른다. 미국은 금리를 초고속으로 올리는 중이고 한은도 따라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와중에 한미 간 금리는 역전됐다. 올해 성장목표 2.6%는 점점 가물가물해진다. 특단의 조치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