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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세보다 5억 ‘뚝’ 알고 보니…폭증하는 직거래에 “가격 못믿겠다” [부동산360]
7월 실거래 10건 중 2건 중개업소 없이 진행
중대형 15건 중 13건 시세보다 낮은 ‘하락거래’
시장가격 왜곡 가능성…“시장 오판 주의해야”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극심한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직거래가 폭증하고 있다. 사진은 2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연합]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이달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178㎡(이하 전용면적)가 42억원(5층)에 계약됐다. 올 1월 역대 가장 높은 47억3000만원(8층)에 계약된 이후, 50억원 이상으로만 매물이 나오는 주택형이다. 최고가 대비 5억원 이상 떨어졌고, 시세와 비교해선 7억~8억원은 낮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주택시장 침체에 따라 집값이 급락한 것일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업소에 매물로 올라오지도 않았던 직거래”라고 했다. 중개업자를 끼지 않고 거래 당사자가 직접 매매 계약한 형태다.

직거래는 시세파악이나 권리관계 확인, 거래상 발생할 수 있는 법적 하자 등에 대해 온전히 거래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40억원 이상을 직거래로 하는 건 흔하지 않다. 무엇보다 직거래가 시세와 가격 차이가 커 가족이나 지인 간 거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요즘 서울 주택시장엔 이런 직거래가 흔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통해 이달 실거래 건수 중 직거래 비율을 확인하니 17.8% 수준이었다. 이달 27일 기준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건수는 총 259건인데, 이 중 46건이 직거래로 확인됐다.

이는 올 들어 월간 기준 전체 매매건수의 10% 전후를 차지하던 것과 비교해 비중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직거래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뛰고 있는 셈이다.

주목해야 할 건 직거래가 대부분 시세보다 훨씬 낮게 계약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신고된 7월 직거래 46건 중 전용면적 84㎡ 이상 아파트 거래는 모두 15건인데, 이 중 13건이 직전 실거래가보다 대폭 낮은 가격의 ‘하락 거래’였다.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에 계약이 성사됐다.

예를 들어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 114㎡는 이달 5일 9억원(6층)에 계약됐는데, 지난 5월 12억원(11층) 거래됐던 크기다. 이 아파트는 작년 9월 14억2500만원(19층)으로 최고가를 찍은 이후 현재까지 14억원 전후로 매물이 나와 있다. 느닷없이 시세보다 5억원 이상 싸게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직거래가 매매시장의 시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시세보다 20~30% 낮은 수준에 거래되는 직거래가 전체 집값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지난 5월(–1.19%) 이후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이런 흐름은 자칫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에 따라 정해지는 정상적인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각종 규제로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절세 등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직거래 가격이 시장 가격처럼 여겨지면 시장 참여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집값이 더 내려가길 기대하는 매수 희망자와 정상적인 시장가격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집주인 간 시각 차이가 더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대로 세금 등 규제완화를 적극 펼치고, 거래가 살아나면 향후 집값은 반대로 더 크게 뛸 수 있다.

이재국 책사컨설팅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용면적 30㎡ 이하 소형의 경우 중개수수료를 줄이려는 거래 당사자 간 직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며, 84㎡ 이상 중형, 대형의 경우는 증여세나 취득·등록세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직거래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 있다”며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자신이 사거나 팔려는 아파트값이 하락 추세에 따라 떨어진 건지, 직거래에 의한 것인지 판단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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