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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폴란드에 20조원대 무기 수출, K-방산 새 전기

한국 방위산업기업들이 폴란드 정부에 ‘K2 전차’(현대로템), ‘K-9 자주포’(한화디펜스), ‘FA-50 경공격기’(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의 무기를 수출하는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이 K-방산 3종세트의 1차 수출액만 10조원, 향후 10년여간 3차에 걸친 수출액을 모두 종합하면 최종적으로는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방산 관련 최대 수출 기록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와의 4조원대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 계약의 5배에 달하는 쾌거다.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 구매에 공을 들이는 건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크다. 폴란드 무기의 주력은 옛 군사동맹국이었던 러시아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전에서 처참한 수준이 드러나자 무기 선진화에 나서고 있다. 애초 미국 항공기와 독일 전차 도입을 검토했으나 도입 단가는 물론 운영 유지비가 많이 들고 후속 지원도 만족스럽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 방산기업들이 기술 대비 가격, 즉 뛰어난 ‘가성비’와 신속한 후속지원을 강점으로 폴란드 국방 당국을 사로잡은 것이다.

폴란드에 대한 대규모 무기 수출은 윤석열 정부 ‘세일즈 외교’의 첫 결실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기간에 방산 세일즈 외교를 펼치며 폴란드가 첫 번째 성과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나토국 폴란드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만큼 중동·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유럽 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윤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 때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 시장 대안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해 원자력발전, 방위산업, 반도체, 재생에너지 분야의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고 했는데 K-방산의 약진이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동일한 무기 체계를 사용하면 국가 간 유대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부문으로 긍정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얼마 전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시험비행 성공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 못지않은 한국 우주항공산업의 중요한 성취이자 한국 방산의 신기원을 이룬 거대한 전진이다. 2026년까지 모든 시험을 통과해 양산에 들어가면 한국이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했지만 방산 수출은 9위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연달아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중국 등 세계 방산 ‘빅 5’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총 사업비용이 18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무기사업’으로 불려온 KF-21이 단군 이래 최대 수출무기로 바뀔 수 있는 날까지 더 분발·정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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