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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시 뒤흔드는 빗썸 매각 ‘투자주의보’
매각 구도따라 변수 다양
2대주주 동반매각·공동경영 가능
美 FTX 자금력, 韓 규제환경 중요
비덴트, ‘기형적’ 재무구조 살펴야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매각 가능성에 관련주 주가가 크게 움직이고 있다. 초대형 인수합병(M&A)이어서 성사된다면 관련 기업들의 재무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성사 여부를 낙관하기 어렵고 매각 구조에 따른 관련 기업들의 영향도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빗썸홀딩스와 빗썸코리아 주주인 비덴트는 최근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FTX와의 매각협상설에 대한 조회공시에 “공동매각 또는 우선매수권 행사, 공동경영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빗썸홀딩스 최대주주는 이정훈 전 의장, 2대주주인 강지연 이니셜 대표가 이끄는 비덴트다. 비덴트는 이 전 의장 측이 지분을 매각할 때 이를 우선 인수하거나 같은 조건으로 팔 권한을 갖고 있다.

빗썸코리아는 1분기 자기자본 1조1475억원, 세전이익 689억원을 기록했다. 기업가치가 최소 2조원 이상, 최대 4조원까지 거론된다. 강 대표 측은 최근 초록뱀미디어 등의 투자를 유치하며 현금을 확보했다. 시장은 강 대표가 빗썸 경영권 인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여러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선 빗썸홀딩스 1·2대 주주가 FTX의 인수조건에 모두 합의해 지분을 팔 가능성이다. 강 대표 측이 당장 FTX와 공동 경영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 전 의장 측의 빗썸홀딩스 지분은 40.7%로 과반이 채 되지 않는다. 기타주주 지분도 25%나 된다. FTX가 이 전 의장 측과 비덴트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 경영권은 공고하겠지만 자금부담이 크다. FTX는 한국에 기반도 없다.

FTX의 자금력도 변수다. 샘 뱅크만-프라이드(SBF)가 이끄는 FTX그룹은 올해 공개된 거래금액으로만 17억7300만달러를 지출했다. 액수를 공개하지 않은 거래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돈줄’이 될 글로벌 ‘큰손’들의 경계심은 높아졌다.

SBF는 최근의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자 낮은 비용으로 생태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빗썸의 올 실적이 작년만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 SBF는 ‘괴짜’로 유명하다. 지난해 한때 미국 간판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를 인수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관심을 갖거나 협상을 벌인다고 거래가 반드시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규제 변수도 있다.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금융거래 등에 대해서는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로서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SBF가 빗썸을 인수해 미국 등 한국 밖 사업체와 시너지를 내려면 국내 규제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빗썸이 매각되면 최대 수혜는 비덴트다. 다른 관련주들은 혜택이 제한적이다. 비덴트는 이미 지분법을 통해 빗썸의 실적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다. 빗썸의 지분법 이익이 본업인 방송기기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을 압도한다. 법인세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억원도 채 안되는데 지분법으로 2336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면서 법인세로만 403억원을 부담해야 했다.

빗썸 지분 매각이 이뤄진다면 비덴트는 지분율 만큼 특별배당 등을 통한 혜택을 볼 수 있다. 공동경영을 택한다면 빗썸에 유보된 잉여금을 배당 받아 현금흐름을 개선시킬 수 있다. 매각 협상이 결렬된다면 기대감으로 올랐던 주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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