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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미중 샌드위치’된 칩4 참여...기술이 먼저다

한국이 다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였다. 미국이 요청한 ‘칩(Chip)4’ 참여 건이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 일본과 대만에 반도체 동맹인 ‘칩4’를 추진 중이다. 외교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은 우리 정부에 8월 말까지 참여 여부를 확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의 흐름 속에,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다. 한국으로선 난감해졌다. 미국의 기술과 중국의 시장 중 택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 홍콩까지 포함한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60%에 이른다. 중국도 이를 알고 한국에 연일 ‘칩4 참여’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칩4 참여를 해야 한다. 선택을 요구받은 만큼 더 이상의 양다리 전략은 어렵다. 미국과 일본은 기술과 장비에서 앞서 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원천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면 생산은 불가능하다. 미국이 보유한 특허 기술로 한국 반도체 기업에 기술 통제를 할 경우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미국의 보복이 가해지면 중국이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잃을 수 있다.

다만 전략이 필요하다. 칩4 참여 시의 득(得)을 최대화하고 실(失)을 최소화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반도체 분야지만 크게 보면 국가 안보와도 연결된다. 반도체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반도체를 넘어 외교안보 차원의 관점에서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 시장 상실을 보전할 수 있는 반대급부를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의 한국의 이익을 끌어내는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 정부에 대해선 칩4 동맹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협력적 공생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해야 한다.

물론 중국 정부는 참여에 따른 여러 보복조치를 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냉철히 생각해보자. 최근 중국의 자국산업 보호는 거침이 없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0여년 전만 해도 20%를 넘었지만 이제는 0%대다. 현대차와 기아의 위상도 크게 떨어졌다. 올해 출범 20주년인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지난 6월 점유율은 0.8%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의 강세 속에 한국 기업들은 아예 끼어들 틈도 없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점쳐진다. 지금은 한국의 반도체를 사용하지만 기술자립이 이뤄지면 급변할 수 있다. 칩4 참여와 무관하게, 중국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처럼 반도체 쪽에서도 한국을 외면할 수 있다는 것도 가정해야 한다. 중국이 기술자국화 이후 외국기업을 소외시킨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다만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중국과의 기술 초격차가 필요하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칩4동맹과 자체적인 투자를 통한 기술력을 확보해 나간다면 중국도 쉽사리 한국 제품을 배제하긴 어렵다. 지금도 중국은 자국 IT제품 생산을 위해 한·미·일의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시장 없는 기술은 있을 수 있어도, 기술 없는 중국시장은 있을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칩4 참여에 대한 과감한 결단과 세련된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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