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정부와 경찰 조직 간 갈등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급기야 경란(警亂)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경찰의 집단 반발이 거세지면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이어 경감과 경위급 경찰들로 구성된 팀장급 회의가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됐다. 현장 팀장 회의를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6일 경찰 내부망에 “당초 팀장회의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들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이럴 경우 적어도 1000명 이상의 현직 경찰이 모임 현장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찰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사실상 경란의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정부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출근길 문답에서 이러한 경찰 반발에 대해 “국가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며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반발 확산에 “부화뇌동하는 것으로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며 단호하게 언급했다. 정부와 경찰의 강경 대치가 치안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격정스럽다.
판이 이렇게 커지고 있는 것은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 탓이 크다. 가뜩이나 들끓는 경찰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 장관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과거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했다. 쿠데타는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하려는 행위다. 경찰이 치안을 위한 물리력을 보유했다고 하나 중간 간부들의 모임을 쿠데타에 견주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경찰이 정권탈취를 모의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이 장관의 부적절한 비유가 결국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등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권한과 힘이 ‘공룡’ 소리를 들을 정도로 비대해졌다. 그런 경찰을 민주적으로 적절히 통제하고 제어하는 제도적 장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중대한 사안은 경찰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데 현 정부는 이러한 노력이 부족했다. 일방통행식으로 처리하게 되면 그 절차적 정당성과 진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경찰국 신설이 국민의 공감대를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무엇보다 소통없이 밀어붙이는 정책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이제라도 정부는 강경대응을 멈추고 경찰 역시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방안을 합리적으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