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22일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공식적인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연금개혁은 국가적인 뜨거운 감자다.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대 어느 정권이나 대대적인 개혁을 외쳤지만 찔끔 수선에 그쳤다. 아예 대놓고 미룬 정권도 있다. 폭탄 돌리듯 해왔던 셈이다. 하지만 군인연금 공무원연금에 이어 올해 사학연금도 적자로 돌아선다. 그나마 나은 국민연금이 20년내 적자라지만 덩치가 워낙 커 지금 고삐를 잡지 못하면 손쓰기 어려운 지경에 처한다.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연금개혁을 행정부가 아닌 국회가 주도하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연금개혁은 법령 개정이 동반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여야 간 초당적 협력이 먼저라는 얘기다.
문제는 욕먹기를 극히 싫어하는 국회의원들의 생리다. 안 그래도 개혁안 만드는 데 한세월을 보내고 그후로도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또 시간을 헛되게 보내온 게 그동안의 연금개혁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때도 국회에 국민연금개편특위가 만들어졌지만 성과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국민연금제도개선위원회의가 만든 개혁안이 국회로 넘겨졌지만 논쟁만 했지, 결론은 없었다.
이번 연금개혁 특위의 활동기간은 1년이다. 내년 4월 30일까지 한두 개도 아니고 4대 공적연금(국민·공무원·군인·사학)과 기초연금 개혁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아직 구체적 개혁 범위와 내용도 없다. 그저 “미래 세대가 연금 독박을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만 형성됐을 뿐이다. 재정안정과 소득보장 중 어느 쪽이 시급한지도 관점에 따라 다르다. 어찌 됐든 지금의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의 추세로 볼 때 연금개혁은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결론이 불가피하다.
특위의 개혁안은 여야 합의안이다. 욕먹기 싫어하는 의원들이 총선을 1년여 앞두고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개혁안을 합의하에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벌써 ‘활동기간 연장’이면 다행이고 행정부로의 ‘퉁치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의원(국민의힘)의 임무가 막중하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연금개혁 전문가다.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을 이뤄내기도 했다. 5선의 무게감도 지녔다. 그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더는 비겁한 결론은 안 된다는 점이다. 이제 연금개혁은 시대적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