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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금융규제 혁신 시동건 정부…금융법체계 ‘근본적 개혁’을

연도가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21세기가 20년도 더 지났지만 이전의 질서들이 여전하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변화다.

21세기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인터넷이다. 이용자들이 손쉽게 정보를 제공하고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사용자들 간 소통과 참여도 일상이 됐다. 각각 웹(web)1.0, 웹2.0이다.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사용자가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는 웹3.0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서비스도 가능하다. 경제도 웹3.0에 대비할 때다. 제도 한두 개 뜯어 고치는 수준을 넘어 구조적 변화까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금융규제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디지털화와 빅블러(Big Blur)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행 금융법체계의 근간인 전업주의·금산분리에서부터 아직 제도가 미비한 빅데이터·디지털자산까지 범위가 넓다 다른 수 많은 법과 제도와 얽혀 있어 법령 한 두 줄 고치는 수준으로는 접근이 어렵다.

비(非)금융 기술회사들이 금융업에 뛰어들고 금융회사들도 기술분야에 진출해 본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산분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어느 선까지 융합을 허용해야 할지, 융합에 따른 건전성 규제와 이해상충 방지 등 리스크 관리 대책은 어떻게 세울 지를 정해야 한다. 지배력 결합 외에 필요적 융합의 일환으로 업무위탁 허용범위를 확장하기 위해서도 고유업무와 겸영업무(다른 업종 금융업무) 부수업무(고유업무 관련 비금융업무)에 정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2007년 제정된 자본시장법은 금융 관련법을 하나로 묶는 첫 시도였다. 열거주의 대신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기관별 규율 체계를 기능별로 전환했다. 업무 범위는 넓어졌고 투자자 보호는 강화됐다. 이후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기능별 법령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금융의 경쟁력은 규제가 얼마나 효율적이냐에 달렸다. 규제 혁신이 제대로 되려면 현행 금융법령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본질에 대한 깨달음이다. 근간이 튼튼하면 새로운 구조도 잘 기능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화두(話頭) 수행을 한다. 일종의 의제인 공안(公案)을 받으면 그 이유를 찾는 의정(疑情)을 거쳐 본래의 순수한 마음을 마주하는 견성(見性)에 다다른다. 이후 일종의 검증 과정인 법거량(法擧量)을 거치고 이후에도 계속 갈고 닦는 보임(保任)을 하게 된다.

웹3.0 세상에서도 금융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 다수로부터 돈을 모아 이를 잘 불려 다시 돌려주는 일이다. 다수로부터 돈을 모으는 만큼 강력한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금융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이용자(소비자) 권익도 보호되어야 한다. 국가 경제 시스템의 근간인 화폐를 직접 다루는 만큼 정부의 합법적 통제도 가능해야 한다.

법을 고치고, 새 법을 만들려면 본질에 대한 공감 만큼이나 새로운 구조에 대한 타협이 중요하다. 정부도 폭넓은 의견 수렴을 약속했다. 엄청난 이해가 걸린 만큼 이견 충돌이 상당할 것이 예상된다. 업자들만의 ‘나눠 먹기’가 되지 않으려면 금융권 뿐 아니라 소비자와 비금융권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금융, 즉 돈은 경제 뿐 아니라 모든 사회를 움직이는 근간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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