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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상한 음식 권하는 정치

우리 동네에 식당이 하나 있었다. 우연히 들렀는데 종업원들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니 밑반찬과 밥이 먼저 나왔다. 허기를 느껴 밥그릇을 열었더니 살짝 쉰 냄새가 났다. 황당해서 밥을 바꿔 달라고 하려다 산만한 식당 분위기에 말해봤자 마음만 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신 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밥을 국물에 말아 억지로 먹고 나왔다. 어려웠던 시절 조금 쉰밥을 물에 말아먹었던 기억이 씁쓸히 되살아났다. 얼마 후 그 식당은 문을 닫았다.

사업을 할 때 고객들의 불평이 없다고 해서 잘 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고객들의 불만이 없어 그럴 수도 있지만 불만을 가지고도 불평하지 않는 고객들도 있다. 불만을 제기해봤자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면 굳이 듣기 싫은 소리하기도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고객들은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고객들이다. 그래서 고객들의 불평이 없더라도 한 번 왔던 고객이 다시 오지 않는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사업을 잘하려면 불평하는 고객을 세심히 다뤄야 한다. 불평하는 고객들은 대체로 다시 거래할 의사가 있는 고객들이다. 이들의 불만을 잘 해결해주면 단골이 될 수 있지만 실망을 주면 거래를 끊게 된다. 조사에 따르면 불만이 있는 고객 8명에서 15명 중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은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불만을 제기하는 편지를 쓰는 고객은 20명의 불만고객 중에서 1명 정도이고, 경영층에까지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은 250명 중에 1명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불평하는 고객이 1명이라고 무시해선 안 된다.

서비스마케팅 분야 조사에 의하면, 고객이 떠나는 이유가 가격 관련 불만은 17%에 불과하고 70% 정도가 서비스 관련 불만 때문이라고 한다. 즉 상한 음식을 주는 것 같이 핵심적인 서비스가 잘못되었거나 서비스 제공 과정의 불만 등으로 인해 거래를 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고객불만을 잘못 관리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정치도 국민에게 정치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정당은 국민을 대신해서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추천해서 그들로 하여금 국민이 원하는 정치 서비스를 수행토록 하기 위한 집단이며, 정치인은 국민을 위한 서비스를 수행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나 국민의 지탄을 받는 행위를 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거나 정당의 추천을 받기도 한다. 나아가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념을 우선시하거나 자신들끼리의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런 정치활동이 일반 국민 입장에선 상한 음식을 강요당하는 듯한 기분이라 영 개운치가 않다. 열성지지자나 동료집단에선 상한 음식이라도 물에 말아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국민 입장에선 거래를 끊고 싶은 심정이다. 다행히 어느 정당과 정치인도 열성지지자나 동료집단만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는 중도층의 존재가 크기 때문이다. 정당과 정치인은 서비스 대상인 국민이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세심히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최창복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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