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에 찬성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최근 여론조사결과는 ‘웰다잉’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과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확인케 한다. 조력존엄사란 환자 본인이 원할 때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안락사를 포함한 의사조력자살(PAS)이 이 범주에 속한다. 네덜란드에서 지난 2002년 가장 먼저 법제화했고 그후 미국의 일부 주와 캐나다 등에서도 인정하지만 아직 글로벌하게 보편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조력 존엄사법 입법화 관련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놀라울 정도다. 찬성 의견이 무려 82%다. 반대 의견은 18%에 불과하다. 연령별로도 고르다. 60대의 찬성비율이 높다지만 그래 봐야 86%다. 심지어 20·30대도 70%를 훌쩍 넘는 찬성률을 보인다. 압도적이긴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지난 2016년 같은 조사를 했을 때만 해도 찬성과 반대의 비율은 딱 절반씩이었다. 그런데 지난 5월 조사에선 찬성비율이 76.3%로 높아졌다. 조사기관만 달랐지, 지금은 82%다. 7년여 만에 실로 엄청난 변화다.
사실 현행법으로도 웰다잉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지난 2018년부터 임종 과정에 들어선 환자가 생명유지만을 목적으로 하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임종 과정이 아니더라도 극심한 고통만 받을 뿐 회복 가능성이 근본적으로 없을 때는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기 삶을 마무리할 권리를 인정자는 게 조력존엄사법이다. 지난달 민주당의 안규백 의원이 발의하면서 국회에서도 논의가 시작됐다. 웰다잉은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의 배웅을 받으며,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고통 없이 지내다 죽음을 맞는 것이다. 그걸 법으로 보장하는 건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확보해주는 일이고 주변인들의 고통과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입법화에 전향적으로 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안락사를 위장한 살인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죽음을 강요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생명 경시 풍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자살예방법과 상충되는 것도 사실이다. 악용과 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사회적 합의다.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이 전제돼야 한다. 조력존엄사에 불을 붙인 안 의원도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희망자의 조력존엄사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위원회를 두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