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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국인 첫 필즈상 쾌거, ‘수포자’ 교육도 혁신 이뤄야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한국 수학자 최초 수상으로, 우리 기초과학계에 자부심을 안겨준 쾌거다. 허 교수는 유학을 간 부모 밑에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국내에서 초·중·고교를 나오고 대학 학부와 석사까지 마쳤다. 필즈상은 4년마다 뛰어난 업적을 이룬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최고의 상이다. 해마다 수상자를 내는 노벨상과 비교되며 더 큰 권위가 실리는 이유다.

수학 연구가 우리 실생활에 무슨 쓸모가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인류가 이룬 문명의 토대가 뛰어난 수학자들의 발견에서 비롯됐다. 누구나 학창 시절에 배우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오늘날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에 응용돼 지상의 거리를 알아낼 때 필수적이다. 수학계의 오랜 난제로 허 교수가 45년 만에 규명에 성공한 ‘리드 추측’은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등 여러 응용 분야의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회사인 구글도 출발점은 수학이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인터넷 검색어와 링크를 수학 연산 조건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사용자가 원하는 최적의 결과를 제공할 수 있었다.

허 교수가 한국인으로선 처음 필즈상을 받긴 했지만 이미 학문적 성과 측면에서 한국 수학의 국제적 위상은 높은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국제수학연맹(IMU)은 한국 국가 등급을 기존 4등급에서 최고 선진국 수준인 5등급으로 올렸다. 현재 5그룹에 속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2개국밖에 없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해마다 최상위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대회에선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등을 따면서 국가 종합 순위 3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한국 수학의 국제적 위상과 교육 현장과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상징하듯 한국처럼 전 국민이 수학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나라를 찾기 어렵다. 국제 비교 연구에서 우리 중학교 2학년의 수학 흥미도는 세계 최하위(39위)로 나타났다. 고등학생 세 명 중 한 명은 스스로를 ‘수포자’라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다. 생각의 힘을 기르는 과정과 절차보다는 정답을 향한 효율을 중시하는 입주 위주의 교육이 낳은 병폐다. 소수의 수학 엘리트가 끌고가는 한국 수학의 취약성은 결국 자연과학 전반으로 이어지고, 이는 응용기술에 강한 우리의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수포자’를 양산하는 우리 수학교육을 혁신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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