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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24년 만의 6% 물가, 인플레 기대심리 잡는 게 관건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찍고 말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이다. 예상된 일이지만 충격이 만만찮다. 이런 추세라면 7%대 물가도 금방이고 연말까지 애초 정부가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 전망 4.7%는 거의 물 건너 간 것처럼 보인다.

최근의 물가상승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근 10년만에 3%대 물가를 뚫은 게 지난해 10월(3.2%)이다. 그후 올 들어 3월 4%대로 올라선 후 매달 0.6~0.7%의 상승률을 보이더니 6월에 6%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이 2배가 되는데 불과 반년 남짓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관련지표들을 보면 6.0%의 상승률조차 다행일 정도다. 에너지·농축산·공업제품에 서비스물가까지 온통 다 오른 가운데 가뭄에도 신선식품이 5.4% 상승에 그쳤고 쌀값이 12.6%나 하락한 덕분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비상상황에 민생경제 안정을 국정 최우선과제로 강조하고 부총리와 한은 총재까지 물가안정을 부르짖은 가운데 나타난 게 이 정도 결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하반기 3%대의 비교적 높은 물가를 기록한 덕분으로 올 하반기도 6%대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외생 변수가 크다지만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차질도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적절한 대응으로 이 정도 충격에서 방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6%대 물가가 가지는 상징성이다.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사실 ‘실물’보다 무서운 게 ‘심리’다. 오늘날 6% 물가는 국내총생산(GDP) 10% 성장을 자랑하던 80년대초의 20% 물가와 다를 게 없다. 심리는 공포를 부른다.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기침체를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확보를 위해 더 높은 수준의 임금상승을 요구한다. 인플레가 인플레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불황보다 더 나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는 길이다. 기대심리가 몰고 오는 경제공포를 ‘악마의 발톱’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제 정부의 물가 정책은 실물뿐 아니라 심리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관건은 솔선수범이다. 파괴적일 정도로 과감해야 함은 물론이다. 당장 내년도 예산부터 제로베이스로 짜는 걸 검토해야 한다. 저소득층 지원용 복지예산을 제외한 모든 예산에 기득권과 관행을 없애고 실적과 효과, 엄격하고 객관적인 정책 우선순위를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 기업과 근로자들에게도 고통분담을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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