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우려스러운 국면이다. 지난 1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3%,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2%였다. 3주 연속 하락한 수치로, 한 달 사이에 10%포인트나 빠졌다. 주말엔 부정 평가(51%)가 긍정 평가(45%)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여론조사(리서치뷰)도 발표됐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한참 외교적 성과를 올릴 때였는데도 말이다. 임기 시작 두 달도 되지 않은 ‘허니문기간’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은 4일 도어스테핑(출근길 즉석 문답)을 통해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했으나 국정 지지율이 3·9 대선의 득표율(48.56%)보다 낮아진 것은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하나하나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조심스러워서 역대 정권이 손대기 꺼렸던 과제다. 윤석열 정부가 용기를 낸 것은 가상하지만 40%를 조금 넘는 지지율로는 개혁의 추동력을 얻기 어렵다. 개혁은 반대하는 국민을 대의에 동참시키는 과정인데 이 같은 저조한 지지율로는 국론이 분열되고 갈등이 증폭되는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달리 강력한 팬덤이 없는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취약하지만 게다가 작금의 고물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생적 변수가 커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실제 임금이 삭감되고, 주가·부동산·가상화폐 등의 자산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대통령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특히 경제위기 때 맨 먼저 타격을 받는 서민의 고통을 정부가 세심히 챙겨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시급하고 중요한 것(경제위기 비상대책)보다 필요한 것(적폐 청산)에 국정에너지를 소모하는 듯한 행보로 의구심을 사고 있다. 대통령실·내각에 검사 편중 인사 논란을 낳았고, 검찰총장 장기 공백 속에 ‘윤석열 사단’이 주요 보직에 포진해 이전 정부와 대선경쟁자 이재명 의원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을 부정 평가하는 이유로 ‘인사와 독단적이고 일방적 태도’가 많이 꼽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산층과 서민은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데 한가하게 ‘정치 보복’ 논란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이 문제이긴 하지만 허심탄회한 국민 소통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훨씬 크다. 국회 권력을 쥔 야당과도 이 같은 파격적 소통에 나선다면 국정 지지율은 분명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