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령인구는 해마다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층의 빈곤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으나 국민연금은 충분한 노후생활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국가적 차원의 대응방안으로 2005년 12월에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2020년 기준으로 이미 전체 근로자의 52.4%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해마다 약 15% 수준으로 꾸준히 성장, 2021년 말 295조6000억원이다. 현행 퇴직연금제도는 도입 초기에는 양적 성장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부각됐다. 예를 들면 금융기관에 대한 높은 의존성, 자율경쟁 체계 부재에 따른 과도한 운영비용, 그리고 노·사가 퇴직연금제도 운영 전반을 금융기관에 위임할 수 밖에 없는 지배구조 등이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낮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퇴직연금의 적립금 연간 수익률은 2% 정도로, 전년비 0.58%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5년 및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1.96%, 2.39%에 불과하며 이는 현행 퇴직연금제도가 근로자의 든든한 노후보장 체계로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 제안된 것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다. 기금형은 신탁계약을 통해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수탁법인이 퇴직연금을 운영토록 하는 새로운 퇴직연금 운영방식이다. 노사의 참여 확대와 자산운용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게 노사추천자, 그리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탁법인의 이사회에서 기금운용정책을 마련해 연금자산을 운용하게 한다. 수탁법인은 내부 전문가를 활용, 직접 자산을 운용하거나 외부 자산운용 전문기관에 운용을 위탁할 수 있다. 신탁계약에 의해 출연된 적립금은 근로자가 수익자로 지정돼 퇴직급여 지급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현재 중소기업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돼 2022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요소들은 무엇일까. 첫째는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참여해 ‘기금풀(pool)’을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관리수수료를 낮춰 가성비를 높이는 것도 성공에 필요하겠지만 역시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만족스러운 운용수익률일 것이다. 둘째는 원활한 노사관계다.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받아 기존의 계약형과 기금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수탁형 연금제도 운용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수탁법인의 이사회는 전문가와 노사추천자로 구성된다. 눈여겨볼 점은 노사추천자는 같은 수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활한 노사협력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셋째는 다양한 사업자의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참여다. 중기뿐 아니라 대기업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넷째는 수탁법인의 책임의무 강화 및 적립금 과소 적립, 파산위험 등에 대한 규제 당국의 선제적인 감독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다섯째는 적절한 벤치마킹 포트폴리오를 설정해 자산운용 수익률이 최소한 벤치마킹 수익률 이상으로 달성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충분한 퇴직연금 기금풀과 투명한 신탁운용, 수탁법인의 체계적인 자산운용 시스템 그리고 전문가 활용이 적절히 실행돼 향후 국민의 든든한 노후생활보장을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성공을 기대한다.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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