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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치솟는 기름값과 유류세제 개편의 필요성

지난주 미국 동남부지역을 다녀왔다. 딸 부부 자가용을 빌려 타고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갤런(3.78L)당 4달러 초반 수준이던 휘발유 가격이 2주쯤 지나 한국으로 돌아올 즈음엔 5달러가 넘어섰다. 최근엔 (지역 간 차이가 있겠지만) 6달러를 돌파했다는 뉴스인데 어림잡아 L(리터)당 2000원 수준이다. 평상시라면 우리나라 기름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는데 격세지감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간선거 전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상 최대의 비축유를 방출하고 유전을 놀리는 석유기업들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기름값 전쟁’을 선포한 배경이 이해된다.

치솟는 국제유가와 높은 유류세로 기름값이 비싼 편인 우리나라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6월 말 전국 휘발유 평균 소매가는 L당 2142.27원으로, 기존 최고가(2012년 4월 18일 2062.55원)를 훌쩍 넘어섰다. 오름세가 가파른 소비자물가 중 석유류의 기여도가 32%에 이를 정도이니 기름값 상승억제가 우리 정부의 시급한 국정현안일 수밖에 없겠다. 우린 그래도 기름값 인하 여지가 있다. 전체 기름값의 절반에 달하는 유류세 비중 덕분(?)이다. 이미 30%까지 인하했고 이달부터는 연말 기한으로 법상 허용 한도인 37%까지 확대된다. 정치권에선 때 아닌 탄력세율 추가 확대 등 유류세 인하경쟁까지 벌이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기름값은 이웃 일본보다도 높아서 비싼 축에 든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의 비애’다. 하지만 사실 세계 5위의 정제설비를 가진 ‘유류수출국’임에도 비싼 이유는 높은 유류세에 있다. 유류세는 석유류에 붙는 각종 세금을 통칭하는 의미로,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른 교통세에 더해 교육세·주행세·부가세 등이 부가된다.

유류세 인하 논쟁과 맞물려 이참에 관련 세제를 제대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통세는 지난 1994년에 도로·철도 등 태 부족한 교통시설 확충을 목적으로 도입한, 10년 한시적 세목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재연장돼 현시점까지 목적을 이탈(!)해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금액이 아닌 물량에 매겨지는 종량세이다 보니 기름값 오르내림에 무관하게 석유류 소비량 증가에 따라 세수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 한 해 동안의 교통세 수입만도 16조원을 넘어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 다음으로 많은 세수를 차지했다. 관련 부가세까지 합치면 유류세수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다 보니 정부가 유류세제 손질에 적극적일 수 없었을 게다.

하지만 지금의 관련세제는 공정과 상식을 앞세운 새 정부의 국정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교통세 도입 목적인 도로 등 교통시설 인프라는 충분할 만치 갖춰졌으며, 교통세에 15% 부가되는 교육세도 명분이 약해진 마당이다. 무엇보다 한시적 과세가 반복적으로 재연장되는 형태도 옳다고 볼 수 없다. 목적을 다한 교통세보다는 에너지와 자원, 환경보전 등 새로운 에너지환경에 맞춰 관련세제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가 더는 사치재가 아니듯 휘발유 소비도 상당 부분 생필품의 특성을 갖고 있다. 세수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과다한 유류세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필요도 있다. 유류세 일시 인하 대신 관련세제의 합리적 개편을 통한 근본적 대처가 바람직하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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