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찌 된 게 중간이 없냐. 어째 모 아니면 도야.”
급작스러운 태세 전환을 하는 사람을 마주할 때 하는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부동산정책을 지켜보면서 이 말이 문득 생각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개 뒤집듯 180도 정책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이 주문했던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와 ‘시장 충격의 최소화’였다. 그런데 지난 29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언급한 ‘임대차3법 폐지’는 그 취지를 일견 이해하면서도 법의 입법 때와 마찬가지로 시장에 큰 혼란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원 장관은 “민주당이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만든 임대차 3법 중 2개는 폐지해야 한다”며 ‘2년+2년’ 임대기간과 전·월세전환율 통제 등의 내용은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법은 이미 2년 전 큰 홍역을 치르며 생활 속으로 들어온 법 아닌가. 임차인은 4년을 살 계획으로 집을 구했고, 임대인도 4년은 빌려줄 각오로 보증금을 올려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5% 증액 한도가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적용 대상 주택을 서울·수도권의 저가 아파트, 비아파트(빌라·연립 등)로 축소하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법 전체를 뒤집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전 국민의 주거와 금전에 관련된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무게감을 느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원 장관은 이날 “현재 비아파트에 대해서만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점진적으로는 서민 실거주용인 소형 아파트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등록임대 혜택 등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불과 2년 전 7·10 대책에서 아파트 매입임대가 폐지됐는데 되살리겠다는 의중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자 벌써부터 시장은 흥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소형이라 하면 몇 ㎡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 “대상 주택 가격은 6억원 이하여야 하느냐” 등을 서로 묻고 답하는 중이다. 서울 시내 전용면적 40㎡ 이상~62㎡ 이하 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9억2000만원을 넘겼는데 과연 어떤 아파트를 서민 실거주용이라 부를 수 있는지는 다음 문제다. 면적 기준을 달리한다고는 했지만 지난 정권에서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해 세제 혜택을 주다 투기 광풍을 부른 정책을 이 시점에서 다시 소환할 필요가 있을까. 여차하면 다시 투기 목적의 아파트 사재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미 아파트를 처분한 옛 주택임대사업자들의 억울함은 또 어떡할 것인가.
더구나 임대차 2법의 폐지는 법 개정 사안이다. 원 장관도 “현재 180석에 가까운 더불어민주당이 응해주지 않으면서 정쟁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추진은 하되, 안 되면 야당의 반대 탓이라는 말로 들린다.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은 안정성을 담보로 한다. 불합리한 정책의 개선과 변화가 필요하지만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한 목적의 정책의 급선회는 더 큰 혼란을 낳을 수 있다. 중간이 없는 사회는 피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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