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후반기 국회가 한 달이 되도록 개점 휴업 상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겉으로는 개원 논의를 하자고 하지만 속내는 딴 생각인 듯하다. 국회 문을 열어 산적한 민생 현안을 처리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있기는 한지 의문이다.
28일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 것만 해도 그렇다. 이달 말까지 국민의힘이 전향적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민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겠다고 시한을 정해 국민의힘에 통고했다. 170석의 절대 의석으로 여당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도무지 그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국회 개원 지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공을 여당에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측이 “입법 독주 재개”라며 반발할 것이란 예상을 못했을 리 없다. 최대 걸림돌인 법사위원장 실타래를 풀지 못하면 개원 협상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건 민주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통 큰 결단’이라며 법사위원장을 여당에 양보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전제조건이다. 민주당은 반대급부로 이른바 ‘검수완박’ 관련 국회 사법개혁특위 구성과 헌법재판소 소 취하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꼼수로 처리한 검수완박을 전면 인정하라는 것인데 국민의힘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마치 두루미와 여우가 상대가 먹기 어려운 그릇에 음식을 담아 ‘많이 드시라’고 권하는 이솝우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다.
국민의힘 역시 협상 의지가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불가’ ‘반대’ ‘입법 독주’만 외칠 뿐, 꽉 막힌 정국을 풀어갈 대안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여당 원내 협상을 총 지휘해야 할 원내대표가 불쑥 외유에 나선 것도 상식 밖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 특사로 출국한 것이다. 전투가 한창 치열한데 사령관이 휴가를 떠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미 예정된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대신할 인사는 차고 넘친다.
‘단독 개원’의 엄포나 덮어놓고 반대나 모두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마주보고 열차가 달리면 그 결과는 뻔하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협상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여야가 진정성을 갖고 타협하고 양보하면 얼마든지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지금 나라 안팎은 온통 위기다. 그 강도가 금융위기를 넘어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당파를 초월해 국가의 역량을 모두 결집해야 할 시기다. 국회 문을 열어야 위기 극복의 단초도 마련된다. 여야 모두 이러한 사실을 깊이 인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