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27일 출국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첫 나토 회의 참석이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윤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이자, 다자 외교무대 데뷔전이기도 하다. 안보 협력의 지평을 유럽으로 넓히는 것과 함께 원자력 수출(체코·폴란드·네덜란드), 반도체(네덜란드), 방위산업(폴란드), 재생에너지(덴마크) 등 세일즈 외교에도 나선다. 4년9개월 만에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3국 공조도 더 단단하게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7 회의에 연이은 나토 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질서 수호와 향후 10년 나토의 전략 개념 재설정 등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 우방국들의 결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 한국과 함께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 국가의 정상이 파트너 자격으로 초대된 이유다. 나토 회의의 주요 의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럽의 안보 대응, 중국의 국제법에 기반하지 않은 영향력 확대, 중·러 군사 및 경제동맹이 전 세계에 야기하는 안보위기에 초점이 맞춰 있다. 당연히 중·러는 반발한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과 일본 등의 나토 회의 참석을 못마땅히 여기며 “아·태 지역 국가와 국민은 군사집단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선동하는 어떤 언행에도 반대한다”고 했다. 한국으로선 북한 비핵화에 관해 중·러의 협조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 기억도 어른거린다. 최대 교역국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는 세밀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기반이 된 러시아의 유라시아 구상이나 중국의 패권 확대 시도는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가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음을 뜻한다. 북한 핵실험이 임박한 시점에 윤 대통령은 나토 회의 참석을 통해 한미 동맹을 입체적으로 강화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획득하면서 나토 국가와 군사·전략무기·정보 분야의 협력을 본격화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동시에 반러시아 전선에의 적극적인 동조,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 탈피가 가져오는 상황 변화에 엄중히 대비해야 한다. 강대국을 끼고 사는 숙명은 이처럼 상호 충돌하는 가치를 국익 차원에서 관리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실용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번 나토 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은 무산됐지만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3차례 정도 만날 기회가 있다. 이를 계기로 한일 관계 복원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