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증시는 물론 환율과 대출시장까지 전방위적이다. 금융위기의 징후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가 연일 이어진다. 당연히 코스피는 내리막 일로다. 2300선마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우량주들의 신저가 갱신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담보 부족 계좌가 폭증하고 반대 매매도 늘어만 간다. 깡통계좌의 출현도 멀지 않다. 당연히 환율은 급상승 추세다. 23일엔 결국 달러당 1300원을 넘겼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이다. 올 들어 10% 가까운 원화가치 하락이다. 수출은 주춤하고 수입은 날아가니 당분간 환율 상승의 추세는 막기도 힘들다.
대출시장의 불안도 점점 가중된다. 주택담보대출은 7%를 넘고 신용대출에선 고신용자도 6%의 금리를 물어야 할 판이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소득 하위 자영업자와 한계가구에 대출부실화, 부채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내용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냈다. 결국 금융 당국이 공익과 고통분담을 빌미로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종용할 정도가 됐다.
금융시장의 불안 원인은 분명하다. 미국의 금융긴축 여파가 가장 크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에너지 가격 상승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제조산업에 비해 허약한 금융시장 규모와 체질도 한몫을 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제조업만으로는 세계 5위다. 수출입 교역량이 1조달러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단기외채비율이 30%를 넘고 외환보유액(4600억달러)은 국제결제은행(BIS)이 권고하는 적정 수준(9300억달러)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해 종료된 한미 간 통화 스와프도 다시 체결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다음달 우리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미국은 최소한 빅스텝(0.50%포인트) 이상의 기준금리 조정을 거치면 한미 간 금리 역전은 거의 기정사실이다. 가장 우려하는 핫머니의 유출이 나타날 수도 있다. 환율불안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금융의 충격은 실물로 번진다. 치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금융위기는 곧바로 경제위기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충격이 우리 경제를 강타할 수 있다. 이미 스리랑카, 라오스를 비롯해 국가부도 상황에 놓인 나라는 여럿이다.
이번 위기가 정리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때까지는 위기관리 이외엔 답이 없다. 위기관리의 요체는 고통 분담이다. 고통은 규제개혁으로 완충될 수 있다. 그래야 관치의 비난에서 자유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