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경찰 치안감 7명 인사가 발표된 지 2시간 만에 번복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경찰에서 행정안전부에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해버렸다”며 “중대한 국기문란”이라며 작심한 듯 강하게 질타했다. 치안감은 경찰청장의 추천, 행정안전부의 장관의 제청, 대통령의 결제를 거쳐 임용하도록 돼 있다. 윤 대통령 말대로 ‘대통령 패싱’이 있었다면 국가기강에 관한 문제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조처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인 경찰은 이번 사고는 과거 대통령 재가 전에 인사를 공개하던 관행을 따르다 일어난 단순 사고일 뿐이고 본질은 새 정부가 경찰을 통제권에 두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반박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인사 번복 사태는 행안부가 경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경찰제도자문위원회 권고안이 나오면서 경찰의 반발을 사는 와중에 일어났다. 행안부는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막강한 수사권한을 쥐게 된 경찰에 대한 통제장치로 검찰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경찰보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상 행안부장관의 사무에는 치안이나 경찰 사무가 빠져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 및 조작 사건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장치였다. 새 시대에 걸맞게 이를 변경하려면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시행령을 통해 우회하려다가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여론을 충분히 살피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찰 인사 논란에 대해선 추상같은 단호함을 보이면서도 검찰총장 부재 상황에서 한동훈 법무 장관이 단독으로 단행한 검사 인사에 대해선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는 상반된 모습도 문제다. 총장 공백 상태에서 차기 총장 후보자 지명을 50일 가까이 미루고 법무부 장관이 두 차례 인사를 강행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새 총장은 조직과 인사에서 철저히 소외돼 식물총장이 될 거라는 우려가 크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우리 법무 장관이 능력을 고려해 잘했을 것으로 본다”며 “새 검찰총장이 식물이 될 리 있겠냐”고 반문했다. 검찰 인사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는 검찰청법 규정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말이다. 추미애 장관과 충돌했던 2020년 당시 국정감사에서 “저는 인사권도 없는 식물총장”이라고 항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찰과 검찰 인사에 대한 온도차는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의 팔이 안으로 굽고 있다는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아끼는 고교· 검사 후배가 행안·법무 장관을 맡는 마당이니 더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