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때부터 탈원전 폐기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원전 부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등 원자력산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세계 최고 수준이던) 우리 원전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함께 현장을 찾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서는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정부가 이날 원전 협력업체에 올해 925억원, 2025년까지 1조원어치의 일감을 공급하는 내용의 원전산업 지원 방안을 내놓은 배경이다. 대규모 일감을 창출하기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을 조속히 발주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원자력발전산업은 발전사업부터 기술 개발, 인재 양성까지 뿌리째 흔들렸다. 2020년 원자력산업 분야 매출은 22조2436억원으로, 2016년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수출길도 막혀 지난 5년간 해외 원전 수주는 제로였다. 그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점유율을 높였다. 우리가 7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축적한 원전기술이 고사되는 동안 경쟁국들은 반사이익을 누린 것이다. 산업전문가들은 이를 ‘대한민국의 자해행위’라고 비판했고 윤 대통령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직격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원전 부활’을 선언했지만 ‘탈원전 대못’은 생각보다 깊숙이 박혀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이 올스톱되면서 기존에 거쳤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특히 2011~2016년 환경영향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8월 유효기간 5년이 지나버려 다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건설 허가 등 그밖에 남아 있는 절차를 거치다 보면 공사는 2025년쯤에나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상업 운전은 윤석열 정부 임기 후 가능하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계속 운전을 위해서는 안전성 평가와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야 하는데 최소 4~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원전가동률이 높아질 경우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향후 원전시장을 주도할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따라 잡아야 하는 것도 큰 과제다.
잃어버린 ‘원전 5년’을 되찾겠다고 다시 급가속을 밟게 되면 의회 권력을 쥔 더불어민주당과의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너무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격언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