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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공기관 개혁,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시작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강도 높은 공공기관 혁신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방만하게 운영돼온 부분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강한 의지와 높은 발언 수위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로부터 공공기관 현황 보고를 받은 뒤 천문학적 부채와 느슨한 인력 운용 실태 등을 일일이 지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건물 매각, 연봉 삭감, 과도한 복지 축소 등 그 방향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작심하고 공공기관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회의를 지켜 본 한 관계자는 “이제 공공기관의 파티는 끝났다는 반응”이라고 그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제 파티는 끝내야 한다.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정부 5년간 공공기관의 몸집은 거대 공룡처럼 비대해져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관련 수치로도 입증된다. 350개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2016년 말 32만8000명에서 지난해 말 44만3000명으로 폭증했다. 5년 사이 3분의 1이 늘어난 것이다. 그에 따른 인건비는 인원 증가폭 이상으로 불어났다.

당연히 부채도 증가했다. 2017년 493조 2000억원에서 지난해 583조 원으로 90조원가량 급증했다.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구조조정은커녕 인력과 인건비는 되레 큰 폭 늘었다. 게다가 임금은 대기업 평균보다 높고, 중소기업의 2배에 이른다. 민간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방만한 운영에도 평가는 ‘잘했다’ 일색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가 그렇다. 130개 대상기관 가운데 절반이 넘는 72개 기관이 ‘탁월’하거나 ‘우수’ 또는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기관들은 물론 ‘보통’ 평가를 받은 40개 기관도 올해 성과급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빚이 늘든, 말든 흥청망청 성과급 잔치가 벌어질 판이다. 결국 이게 모두 국민의 혈세 아닌가.

공공기관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이유는 이렇듯 차고 넘친다. 하지만 결과는 늘 지지부진이고 시늉만 내다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개혁에 따르는 저항을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공기업 개혁 과정이 그랬다. 그 시작은 ‘인사’다. 정치적 낙하산 인사 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공공기관 개혁은 백년하청이다. 차제에 과감한 민영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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