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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커지는 S공포, ‘위드 인플레이션’ 상황 대비해야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6%로 치솟으면서 더 거세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세계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시장은 41년 만의 최고치인 3월 물가(8.5%)보다 낮은 숫자를 예상했지만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고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최악인 인플레이션과 이를 잡기 위한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침체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의 공포가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월요일인 13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블랙먼데이’를 연출한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의 코스피는 이날 ‘1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증시는 수출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낙폭도 올 들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 이후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공급망 차질, 기상 악화가 초래한 곡물 생산량 감소 등이 겹치면서 세계 경제를 덮친 고물가는 점점 세력을 키워가고 있다. 소비자물가를 공식 집계하는 120개국 가운에 91개국의 물가가 1년 전보다 5% 높게 올랐다고 한다.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9.2%로, 1998년 이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인플레 팬데믹’시대로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발 세계 경기 동반침체 가능성도 커졌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전망치를 4.1%에서 2.95로 대폭 낮췄다. 한국도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고 물가는 4%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작금의 고물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생 변수에 기인하는 것이어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인플레 파이터’로 나서 금리인하에 적극 나섰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를 막을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소비와 투자 부진을 가져와 경기를 급냉시킬 방아쇠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물가 상승에 선제 조치를 주문했고, 기획재정부는 비상경제대응 TF 가동에 돌입했다. 한국은행이 고물가와 싸우는 동안 정부는 금리 취약계층의 민생 대책으로 서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처럼 상당 기간 우리는 인플레 팬데믹 시대를 살아야 할 형편이다. ‘위드 인플레’ 시대를 극복하려면 정부와 기업, 가계가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헌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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