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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현직 경제사령탑이 교감한 위기해법은 규제혁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새 정부에 바라는 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9일 개최한 특별 대담은 여러모로 의미 깊다. 이날 행사엔 역대 경제부총리 5명(윤증현, 강만수, 박재완, 현오석, 유일호)에다 현정부의 추경호 기재부 장관까지 참석했다. 전·현직 경제부총리가 이처럼 대거 동참하는 자리는 만들기 쉽지 않다. 게다가 현직 경제부총리가 전경련을 방문한 것은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어렵고 경험자들의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란 방증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거물급 전·현직 경제수장들의 대거 참석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상황 인식과 해결책이 공통점을 보였다는 점이다. 역대 경제수장들은 불안한 재정과 갈등의 양극화, 인구절벽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각종 제언도 쏟아냈다.

이들이 제시한 돌파구는 분야만 다를 뿐 모두 혁신으로 수렴된다. 살살 손질해 수정하는 정도로는 초대형 암초들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규제개혁이 위기돌파의 해법이란 얘기다. 추 장관도 인식을 같이했다. 그는 축사를 통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며 “기존 정부 주도의 경제 운용 틀을 깨고 민간 중심 경제로 정책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충분한 교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현실에 적용할 답을 내지 못하면 해법도 무의미하다. 성과로 나타나야 진정한 해법이다.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규제개혁을 외치지 않은 때가 없다. 그런데도 창대한 외침과 목표에 비해 결과는 미미했다. 여전히 ‘밥그릇 지키겠다’는 공무원들의 의지는 철통 같고 부처 간 칸막이는 거대한 암반이기 때문이다. 경제구조가 복잡해졌다 해도 해마다 사라진 장벽보다 새로 만든 규제가 몇 배나 많은 현실은 참담하다.

추 장관은 최근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이달 중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팀장을 맡겠다면서 “역대 정부 누구도 풀지 못했던 문제를 이번에야말로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은 저성장·양극화 심화에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친 구조적·복합적 위기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고 총체적 난국이다. 이미 부실해진 상황에서 더는 퍼내 쓸 재정 형편도 아니다. 규제개혁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카드다. 성공하면 성과는 재정 그 이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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