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출신 중용이 도를 넘은 듯하다. 윤 대통령은 7일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했다. 진보·보수 정권을 통틀어 검사 출신이 금융감독 수장 자리에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장은 경제관료 출신이 임명되는 게 통상의 관례다. 그런 자리에 또다시 검찰 출신을 포진시키면서 ‘검찰 편중’ 인사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장도 검찰 출신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지나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는 의미다.
문제는 검사 출신 편중 인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출신을 가리지 않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는 소신을 거듭 밝힌 셈이다. 물론 검사 출신 가운데 유능한 인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자리를 다 맡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인사의 결과가 특정 집단 출신에 편중되면 반드시 뒤탈이 나게 마련이다.
신임 이 원장은 검사 출신이면서 공인회계사시험에도 합격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연유로 그동안 경제범죄 수사 분야에서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 금융감독 수장의 전문성과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감독기관의 영역 중 하나는 금융기관이 법과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제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제사범을 수사하는 검찰과 어느 정도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융이 시스템적으로 작동하도록 사전에 지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이다. 역대 정부가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전문가에게 금감원장을 맡긴 것은 이런 까닭이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 민주당은 ‘검찰 공화국’에 대한 우려를 줄곧 표명했다. 실제 그렇다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견제의 의미였다. 하지만 검찰 출신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속속 전진 배치되면서 우려가 사실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검찰 출신의 요직 편중은 인재 풀이 좁기 때문이다. 추천도, 검증도, 임명도 모두 검찰 출신이 하고 있으니 그 풀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인사는 만사다. 아무리 능력 위주의 인사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널리 인재를 구하고 적재적소 기용에 더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은 집권 초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