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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제 암초된 무역적자, 더 엄중해진 복합 위기상황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은 한국 경제가 처한 복합 위기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5월의 무역 성적표는 ‘뛰는 수출에 나는 수입, 쌓이는 무역적자’로 요약된다. 지난달 수출은 615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1.3% 늘었다. 같은 달 기준 사상 최대다. 다른 달까지 쳐도 지난 3월(638억달러)에 이은 역대 2위 실적이다. 그런데 수입은 32.0% 증가한 632억2000만달러다. 그래서 17억1000만달러 적자다.

무역적자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78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1997년 외환위기(92억6000만달러) 이후 25년 만에 최대다. 이런 상태라면 산업연구원의 올해 무역적자 예상치(158억달러)도 넘을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은 무역적자 원인이 해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기인한다. 5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47억5000만달러다. 1년 전보다 67억6000만달러(84.5%)나 늘었다. 두바이유 가격은 1년 만에 2배로 올랐고 LNG와 석탄은 4배가 넘게 뛰었다. 그걸 고려하면 에너지 수입액 증가는 아직 최고점도 아니다.

문제는 악화되는 교역 환경이다. 미국의 긴축과 중국의 봉쇄로 글로벌 경기 위축 가능성은 크다. 수출에 충격이 온다는 얘기다. 이미 위기 징후도 뚜렷하다. 지난 1994년 이후 중국은 한국 수출의 보고였다. 그런데 월별 20억원 안팎의 흑자로 연간 240억달러 남는 장사였던 대중(對中) 교역이 지난 5월 돌연 11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4월에 비해 수출은 2억4000만달러 늘어난 반면 수입 증가액이 16억6000만달러나 됐다. 이 같은 변화의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무역적자의 확대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무역적자는 만병의 근원이다. 곧바로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몇 년간은 재정도 적자다. 외환위기 때나 나오는 쌍둥이 적자가 이제 코앞이다. 오로지 기축통화국인 미국을 제외하곤 어느 나라도 견디기 힘든 게 자국 통화가치의 하락을 몰고 오는 ‘쌍둥이 적자’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나타나고 고물가·고금리를 더 자극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오죽하면 “일시적 현상”이라고만 하던 정부가 5월 교역 상황이 발표되자마자 “대내외적으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인정하고 ‘업종별 특화 수출 지원책’ 마련에 착수했겠는가.

엄중 이상의 비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 그러면 시장에 몇 월 위기설이 도는 것도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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