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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칸영화제 첫 2관왕 쾌거, 세계 주류로 올라선 K-무비

국민배우 송강호와 ‘올드보이’로 세계 영화인을 사로잡은 박찬욱 감독이 K-무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 감독과 ‘브로커’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가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946년 창설돼 올해 75회를 맞은 칸영화제 역사상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에서 2개 부문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으로 정상에 오른 뒤 불과 3년 만에 작성한 한국영화의 대기록이다.

두 사람이 이룩한 쾌거가 모두 값지지만 더욱 반가운 것은 송강호의 수상이다. 박 감독은 이미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이번이 세 번째 수상이다. 그가 ‘칸의 남자’로 불리는 이유다. 반면 송강호는 ‘박쥐’ ‘기생충’ 등 7개의 작품으로 칸에 나섰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견이 없는 빼어난 연기력에도 같은 작품에 주요 상을 몰아주지 않는 칸의 전통에 가로막힌 것이다. 박 감독이 이번엔 자신의 ‘페르소나’인 송강호와 작업하지 않고 각자 다른 작품으로 진출하면서 둘 다 수상하는 겹경사가 완성됐다. 지금까지 세계 메이저 연기상은 강수연(베네치아 여우주연상)·전도연(칸 여우주연상)·윤여정(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등 여자 배우들의 몫이었다. 송강호가 남자배우 수상의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미답의 영역이었던 아카데미의 문을 열고, 칸에서 감독·배우 2관왕에 오른 대한민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영화 일류 국가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보듯이 세계 제작자들이 우리와 함께 영화를 만들기 위해 물적·인적 투자에 나선다. 송강호에게 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만 해도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들었고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에선 중국 배우 탕웨이가 열연했다. 이탈리아 감독이 만든 영화에 독일·프랑스 배우가 출연하는 유럽 세트장 풍경이 어느덧 우리 모습이 됐다. 한국이 중심이 되어 이런 교류가 활성화되고 범(汎)아시아 영화로 외연을 넓히는 K-무비로 진화해 나가기를 바란다.

박 감독은 한국영화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관객들은 웬만해서는 만족하지 못하신다. 웃음과 공포, 감동이 모두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까다로운 관객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추동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한국전쟁, 남북분단, 산업화와 민주화, 사회적 양극화 등 세계의 축소판 같은 우리나라의 어제와 오늘이 역동적인 K-콘텐츠를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K-콘텐츠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 다양한 플랫폼에 태워져 우리 대중문화의 보편성이 더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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