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안전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름이 거창할 뿐, 이른바 긴급 민생안정 대책이다. 정부가 중점을 둔 부문은 먹거리·생계비·주거 등 3대 분야다.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선 돼지고기·식용유·커피 등 주요 수입품의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올해 말까지 면제하고 적용 환율도 낮춰 수입 비용을 경감시켜 주기로 했다. 김치·장류도 마찬가지다. 밀가루 가격·비료 매입비 지원 및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학자금 대출 저금리 동결, 5G중간 요금제, 안심전환대출, 에너지바우처 등을 통해 생계비 부담을 낮추고 보유세와 거래세 완화로 세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 구입 시 LTV 상한을 높이고 장래소득 반영폭도 확대해준다. 청년 신혼부부 대상의 50년짜리 모기지도 만든다.
최선을 다한 건 인정하지만 한계도 분명한 고육지책이다. 사실 해마다 설과 추석이면 발표되는 게 민생안정대책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면 어김없이 추가로 나오기도 했다. 벌써 십수년째다. 확 새로운 게 쉽지 않다. 게다가 긴축이 요구되는 시점이어서 돈을 마구 풀 수도 없다. 운신의 폭이 좁다. 계획경제가 아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그 이상의 획기적 대책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다. 남은 건 그저 매점매석 단속 등에 최선을 다하는 일뿐이다. 어차피 어떤 대책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인 거대한 고물가의 파도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수입관세와 부가세 면제로 기대되는 가격 인하 효과는 고작 10% 안팎이다. 주요 수입품은 어딜 봐도 인상률이 50%는 족히 넘는다. 대포와 소총싸움이다. 심지어 보유세 관련 대책은 법 개정이 먼저이고 청년주택대책은 3분기에나 시행된다. 효과를 보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진정한 한계는 다른 데에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29일 타결됐다. 39조원이라지만 애초 정부안보다 2조6000억원이나 늘어났고 지방교부금까지 포함하면 무려 62조원이다. 여야는 재정건전성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올 초과세수로 충당키로 했다. 하지만 성장률은 낮아지는데 예정대로 초과세수가 그리 막대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생대책으로도 세수는 줄어들고 재정지출은 늘어난다. 민생안정대책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강력한 재정지출 구조조정으로 보완하는 길뿐이다. 그래야 완성되는 민생대책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500여개의 정부 보조사업 중 절반 이상에 대해 지원을 폐지·감축하거나 통·폐합하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