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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진의 남삼공방] 우크라이나에서의 무형전력

역사적으로 전쟁 전의 예상과 결과가 다른 사례들이 제법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전쟁 발발 전에 러시아는 핵보유국이기도 하지만 재래식 군사력이 세계 2위이며 사이버 전과 여론전에도 능수능란하다는 평가가 많아 러시아의 신속한 승리를 예견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고 3개월이 지났지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장악에 실패하고 예상보다 많은 전투 손실과 함께 장기전에 빠져들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군보다 15배나 우세하다는 러시아 공군은 러시아의 신속하고도 결정적인 승리의 주요 수단으로 예상됐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하늘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공군은 아직도 생존해 작전 중이다. 그런 까닭에 러시아 지상군의 신속한 진격 실패 책임이 러시아 공군에 있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이 같은 러시아 공군의 저조한 활동에 대한 설명은 여러 종류가 있다. 러시아가 향후 나토(NATO)와의 대결을 대비해 공군력을 아껴두고 있다는 주장도 있고,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경우 기존 인프라를 피해 없이 접수하기 위해 대규모 공중공격을 하지 않았다는 말도 있으며, 러시아 공군 지휘부의 위험 회피 성향을 탓하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미래의 적이 될 수 있는 나토에 확실한 억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공군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했고, 우크라이나의 조기 항복이라는 가능성이 사라진 그 즉시 대규모 공중공격이 이어졌어야 했으며, 러시아 공군 지휘부는 러시아 지상군의 손실이 누적되는 시점부터는 더는 위험을 회피할 수만은 없었다는 점에서 앞서의 설명들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최근의 설명들은 러시아 공군의 훈련 부족과 기획 능력 부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모두 인력과 관련된 것으로, 유형전력이라기보다는 무형전력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공군은 세계 제2위 군대답게 첨단 무기 체계로 구성된 강력한 유형전력을 지니고 있지만 보유한 무기 체계를 상황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즉 무형전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무형전력이란 전장에 투입되는 인력의 훈련과 경험도 포함하고, 다양한 기능의 무기 체계를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의 요구에 따라 시기적절하게 조합해 운용하는 기획 능력까지를 아우른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러시아군의 무형전력 수준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이른 면이 있고, 러시아군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머신으로 불리었던 나치 독일군의 강점을 전쟁 중에서도 학습해 승리를 이끌어낸 저력도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국방력 건설에 있어 무형전력의 중요성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는 정도의 교훈은 지금 시점에서도 찾아낼 수 있을 듯하다. 오늘날 첨단 군사기술 경쟁시대라는 일종의 시대적 유행 속에서 자칫하면 최신 무기 체계의 성능과 자율 또는 무인기계에만 우리의 관심이 집중돼 유형전력들을 활용할 기획 능력과 적절한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지는 않은지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의 국방개혁에서 인재의 선발과 교육훈련 소요는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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