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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어카 끌며 광고비 얻고 폐지도 줍고”
광주남구청, 폐지줍는 어르신 돕는 일자리사업 눈길
사학연금 등 경량손수레 지원 협약 맺고 ‘이웃의정’
광주남구청은 폐지수거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광고판이 부착된 손수레를 제작해 전달했다. 광고수익 일부는 폐지수거 어르신들에게 환원된다.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 광주 남구에 거주하는 70대 노인 A씨. 그의 하루는 20kg이 넘는 낡은 손수레와 함께 시작된다. 마땅한 직업이 없는 그에게 손수레는 생명줄과 다를 바 없다. 이른 새벽 거미줄 같은 골목과 도로를 누비며 버려진 폐지와 고철, 빈병 등 고물을 수거한다. 고물상에 내다팔아 얻는 돈은 얼마일까? 하루종일 일해도 꼬깃해진 만원짜리 2장이 전부다. 운이 좋으면 3만원까지도 벌 수 있는데 이날은 일년에 몇 번 안되는 ‘운수좋은날’. 그가 손수레를 버릴 수 없는 까닭은 유일한 돈벌이면서 주수입이기 때문이다.

연말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폐지 수거 어르신에게 ‘광고부착 경량 손수레’를 지원하는 지역플랫폼사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 남구청(청장 김병내)은 이달초 낡고 무거운 손수레 대신 가볍고 튼튼한 손수레를 제작하면서 사회공헌용 광고를 부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광고를 통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노인들에게 제공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고물값이 최근 급등하면서 폐지줍기는 ‘하늘의 별’이 되고 있다. 작년 kg당 70원 가량하던 폐지는 올 들어 140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폐지는 나오는 대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부에서는 화물차를 동원해 ‘싹스리’하는 기업형 수거꾼이 등장했을 정도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하루종일 일해 만지는 돈은 2~3만원에 불과하지만 생존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가 취약하고 재정난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이들 어르신들을 돕는 기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김병내 남구청장과 빛가람사회적가치협의회, 전남대병원, 광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광주남구시니어클럽, 끌림시민단체 등 9개 기관이 힘을 모은 배경이다.

김병내 남구청장과 빛가람사회적가치협의회, 전남대병원, 광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광주남구시니어클럽, 끌림시민단체 등 9개 기관이 힘을 모았다.

이들 기관들은 지난 6일 경량 손수레 지원사업 협약을 맺고 폐지를 줍는 노인 10명을 선정해 돕기로 했다.

노인들은 손수레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지역기업의 광고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의 60%를 환원할 계획이다. 한달에 10만원이 채 안되는 수준이지만 노인들에게는 연탄보다 따뜻한 삶의 동력원이 되고 있다.

마은주 광주 남구시니어클럽 관장은 “폐지 수거 노인들의 경제적 부담과 손수레 무게를 덜자는 취지에서 이번 사업이 시작됐다” 며 “지역 산학연관과 협업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내 광주남구청장은 “이 사업은 8개월이면 종료된다. 하지만 광고가 지속되고 뜻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사업은 자동 연장된다” 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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