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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 - 서승환> 가계저축률 하락의 심각성
총 저축률 30년 이래 최저수준
주택경기하락 따른 소득감소 원인
하우스·렌트 푸어 문제 여전
성장잠재력 하락 어떻게 풀지…




최근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30.4%로 1982년 3/4분기의 27.9%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 미덕’이어서 저축률이 하락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저축은 투자의 재원이므로 저축률이 하락하면 투자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의 하락으로 나타나게 된다. 저축률의 하락은 또 소비 여력의 감소와 직결되는데 소비와 투자여력의 감소는 내수의 위축을 초래하며 이에 따라 경기의 변동성 역시 증가하게 된다. 저축률 하락으로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해지면 모자라는 재원은 해외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자본의 해외의존도가 증가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가중될 수도 있다.

저축률이 지나치게 높아도 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문제지만 저축률이 낮은 것은 더 큰 문제이다. 경제가 건전한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저축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총저축률은 개인, 기업 및 정부 저축률로 구성돼 있다. 기업저축률은 1988년 18.7%에서 2011년에는 19.9%로 증가했으며, 정부저축률도 1988년의 7.0%에서 2011년의 7.6%로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총저축률이 감소한 이유는 가계저축률이 하락하였기 때문이다. 가계저축률은 1988년의 18.7%에서 2011년에는 4.3%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가계저축률 수준은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가계저축률이 1998년의 외환위기 직후 반짝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저축률이 하락한 원인은 다양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저축률이 하락하는 것은 흔히 발견되는 현상이다. 1980년 후반 이후 국민연금의 도입, 전 국민 의료보험 적용 등 사회보장시스템이 갖춰지면서 강제 저축의 성격을 띠는 사회보장 기여금이 증가한 것도 가계저축률 하락의 한 원인일 수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인 2007년까지는 저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주택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가계저축이 둔화된 경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자산 특히 주택가격의 상승이 기대된다고 해서 맞돈을 내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차입이 불가피하므로 자산 가격의 상승기대에 따르는 가계저축률의 하락은 가계부채의 증가와 같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실제로 2004~2010년의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8.8%로 같은 기간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3.2%의 배를 훨씬 상회한다. 자산 가격 상승기대에 따르는 차입증가와 이에 수반되는 가계저축률 감소는 자산 가격 상승이 실현되는 경우에는 경제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 장래의 자본이득 증가에 따르는 가계저축의 증가가 현재의 가계저축 감소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인 2008년 이후의 가계저축률 감소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향안정세를 보이면서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와중에 가계부채는 계속 증가하고 가계저축률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즉, 장래의 자본 이득에 의해 현재의 가계저축률 저하가 상쇄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실제로 2011년 1/4분기 이후 현재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명목소득 증가율을 1.7~4.7%포인트 상회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특히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거래는 실종되어 소위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의 문제는 계속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저축률이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총저축률의 적정 수준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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