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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세종시 최대 관건은‘공간적 리스크’극복
일사분란,속전속결 등이 한국의 공직 및 행정체계의 장점이다. 이런 스피드가 앞으로는 물리적,공간적,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어렵게 됐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현재 겪고 있는 각종 민생고도 문제지만 행정 공백은 더 큰 문제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지난 12일 금융시장은 차분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55% 올랐고 다음 날에는 1.38%나 상승해 2000선까지 회복했다. 이날 정작 동요한 것은 경제부처 공무원들이다. 세종시 정부청사로 가기 위해 이삿짐을 싸던,혹은 이미 내려간 기획재정부 간부들이 급거 상경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북한 로켓이 발사된 시각은 정부 발표로 오전 9시49분,재정부가 이날 각 실국에 통보한 회의시간은 오후 2시30분이다. 긴박한 순간임에도 공간적 제약으로 대책회의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업무로 서울에 머물던 1급 이상 간부와 달리 주요 부서 실무자들은 세종시에서 헐레벌떡 올라와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는 다행히(?)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 있었다. 다른 행사 때문이었다. 김 총리는 로켓 발사를 보고받고 곧바로 청와대로 들어갔다. 총리가 당시 세종시에 머물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헬기를 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며칠 전 만난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세종시 청사에서 고속도로 기준 청와대까지는 137㎞,국회까지는 141㎞다. 막히지 않은 상황에서 차로 꼬박 2시간을 달려야 한다. 이를 두고 “세종시 이전으로 인해 정부 대응태세에 허점이 노출된 첫 사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정부는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공식 해명했지만 공무원들의 속내는 전혀 다르다. 행정 공백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이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종전에는 이런 사안에 따른 대책회의는 바로바로 이뤄졌다.

한국 경제는 스피드 경제다. 개발시대를 거쳐 한국 경제가 성장가도를 달려온 현재까지 그랬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낸 데는 스피드가 주효했다. 일사분란,속전속결 등이 한국의 공직 및 행정체계의 장점이다. 한국 기업 역시 스피드 경영이었다. 한국 기업이 지금처럼 글로벌화되고,정부가 이를 받쳐주고 이끈 데는 스피드가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스피드가 앞으로는 물리적,공간적,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어렵게 됐다. 1급 이상 고위간부들은 서울에 상주하는 날이 비일비재할 게 뻔하다. 공식ㆍ비공식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보고하느라 실무자들이 동분서주하다 보면 행정 공백이 빚어짐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세종시의 행정 공백을 비판하는 언론 기사들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상주 기자들이 아직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시 공무원들이 현재 겪고 있는 각종 민생고도 문제지만 행정 공백은 더 큰 문제다.

북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에는 상수이자 변수다. 북한은 로켓 발사 시점을 예고하지 않는다. 다음 로켓 발사는 금융시장에 일정 부분 충격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세종시 공무원들은 언제 쏠지도 모를 북한 로켓을 기다리며 발사시점에 운 좋게 서울에 머물기를 바라야 할 것인가? 이를 두고 MB정부의 장관을 지낸 모 인사는 세종시는 “(행정에 있어) 재앙 수준”이라고까지 했다.

다음 정권이 뭘 해야 할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런 행정의 허점과 공백을 어떻게 하면 메울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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