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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박종구> 미국 ‘재정절벽’ 위기 해법은 없나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세부담→경기침체로 전이 우려
재정축소·4조弗 채무감축 등
‘패키지 딜’ 합의가능성 촉각
오바마·공화당 진검승부 예고



미국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감세 시효 만료와 정부예산 삭감이 내년 1월 1일에 동시에 발효될 경우 미국 경제가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크고 글로벌 경제 또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재정절벽 위기 협상이 실패할 경우 내년에는 약 6000억달러의 재정긴축이 발생한다. 특히 소득세 감면 종료 등에 따른 세입 증대만 약 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세부담 증가→가처분소득 감소→소비감소→성장 둔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 의회 예산국의 분석에 따르면 첫해인 2013년 5%의 소득 감소가 발생해 소위 더블딥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채무 축소 방안을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고소득층 증세를 통한 1조6000억달러 세입 확보, 의료보험 등에서 6000억달러 세출 삭감, 기타 세출 부문에서 1조달러 삭감 및 전쟁 관련 예산 8000억달러 삭감으로 향후 10년간 4조달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존 베너 하원의장은 각종 소득세 감면 폐지로 8000억달러의 세수 증대, 1조2000억달러의 세출 삭감 및 노인 의료보험 수급 연령 67세 조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혜택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양당의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

양당 모두 신속한 해결책 마련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각자 상이한 셈법을 하고 있다. 가장 핵심 쟁점은 상위 2%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여부다. 오바마는 중산층에 대한 감세혜택은 계속 유지하되, 25만달러 이상에 대해서는 현행 35%에서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39.6%로 세율을 올려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은 세율 인상 대신 각종 감면 폐지 및 축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그 폭도 민주당 측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 현재 여론은 공화당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퓨리서치센터와 워싱턴포스트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합의 실패 시 공화당 책임 53%, 오마바 책임 27%로 공화당에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그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고소득층 감세→투자 촉진→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등식은 입증되지 않았으며, 악화된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도 고소득층 증세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공화당이 세금 인상에는 반대하면서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구체적인 세출삭감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모순에 빠져 버렸다”며 공화당의 합리적인 협상 자세를 촉구했다.

양당의 첨예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치적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2014년 이후 미국 경제의 성장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단기적 재정축소와 향후 10년간 4조달러에 이르는 중장기 채무감축 패키지에 합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얼마나 신속히 타협이 이뤄질 것인지는 공화당의 태도에 달려 있다.

연말까지 촉박한 정치일정 속에서 감세연장안과 국가채무감축안이 합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연말까지 고소득층 증세와 중산층 감세유지라는 큰 틀에 합의하고 내년 2~3월까지 서로 밀고 당기는 정치적 게임 속에서 중장기 국가채무 감축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커 보인다. 국가채무비율이 2007년 36%에서 73%로 급증했고 지난 4년간 매년 1조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하는 재정환경하에서 재정절벽 해소를 둘러싼 갈등은 오바마와 공화당의 정치적 리더십을 테스트하는 진검승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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