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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다양한 장르로 아리랑 세계화에 힘쓸 때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삶의 애환이 녹아 있는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이제 아리랑은 우리의 가락을 넘어 모든 인류가 함께 가치와 감동을 나누고 보존해야 할 세계의 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이번 등재 아리랑은 특정 지역의 것이 아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로 후렴구가 끝나는 모든 가락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 아리랑은 남북한과 한반도뿐 아니라 중국과 중앙아시아 등 해외 거주 동포까지 공유하는 민족 전체의 가락이고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모든 지역과 계층,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형태로 재창조되고 전승된 민요라고 등재 이유를 밝힌 것은 이런 맥락이다.

특히 시기적 의미도 각별하다. 지난해 중국은 조선족 전통 풍습과 함께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발표하는 등 ‘아리랑’을 중국 문화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어 중국은 ‘조선족 아리랑(阿里郞)’을 유네스코에 먼저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자칫 머뭇거렸다가는 우리의 아리랑이 중국의 ‘지역 민요’로 전락할 뻔했던 것이다. 이번 등재로 이런 우려는 깨끗하게 씻었다.

아리랑은 언제 어디서 누구나 부르고 들으며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구중궁궐에서도 왕과 왕비가 나란히 앉아 밤새 아리랑 공연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가 하면 백성들은 구성진 아리랑의 가락에 팍팍한 일상의 시름을 담아 넘겼다.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 백두에서 한라까지 60여 종 4000여 수의 아리랑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조국을 떠나 만주와 시베리아 벌판으로 내몰린 동포들도 아리랑 가락에 의지하며 삶의 터전을 새로 닦았고, 일제 암흑기에는 저항의 불씨를 키우는 동력이기도 했다. 아리랑은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자 역사 그 자체였다.

아리랑의 가치를 세계가 인정했지만 정작 우리는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가졌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를 보호하고 전승하는 법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정선아리랑’ 정도가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는 게 고작이다. 우선 대표적 아리랑을 선정,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가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아리랑 아카이브 구축과 학술조사 지원 등 다양한 보호책을 마련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전승과 보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세계인들에게 아리랑의 감동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영화와 연극, 뮤지컬, 오케스트라 공연 등 다양한 장르로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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