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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명분도 없는 성탄절 특사說 왜 나오나
이명박 대통령이 성탄절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이란 ‘설(說)’이 정치권과 법조계 주변에서 도는 모양이다. 청와대와 법무 당국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하지만 적극 부인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MB 측근과 친인척 다수가 포함될 것이라며 대상자도 구체적으로 거명될 정도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실제 그렇다면 여간 유감이 아니다. 임기말인 지금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을뿐더러 명분도 전혀 없다. 대통령 특권을 이용한 ‘비리 측근 구하기’란 비난과 국민적 반감만 더 쌓일 뿐이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 사법부가 확정한 판결을 무효화하는 사면은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 그럼에도 이런 권한을 준 것은 만에 하나 법 적용의 잘못으로 나올 수 있는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다. 자칫 사법부와 법의 권위를 훼손할 수 있어 사면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과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 내용도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사회 정의에 반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의 사면권 행사는 그렇지 못했다. 김영삼 정부는 재임 중 모두 9차례,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은 8차례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사면권 남용 방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 역시 그동안 6차례나 특사권을 행사했다. 한 정권에 한 차례 있을까 말까 한 선진국과는 아예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사면권이 남용되는 것은 이를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사회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뒷면에는 지난 정권과의 화해, 여권 내 불만 수습 등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가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는 DJ 정부 때 사면을 받았고, DJ 아들 김홍일 씨는 노무현 정부 때 사면됐다. 또 노 전 대통령 친형 건평 씨는 MB 정부 들어 특사로 풀려났다. 누가 이를 우연의 일치로 여기겠는가. 뇌물 수수, 공천헌금 등 권력형 비리는 일반 범죄보다 더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적 거래를 통해 슬그머니 죄를 털어낸다면 사회 통합은 고사하고 법 경시 풍조만 더 짙어질 따름이다.

그야말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통령 사면권은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 정권마다 권력형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사면권 남용과 무관치 않다. 필요하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권력비리 사면 예외’ 규정이라도 둬야 한다. 사면심의위원회에 힘을 실어줘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그나마 남용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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