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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료계는 ‘의사 부족’ 현실 직시해야
우리나라는 의사 부족 국가이며, 2020년에는 적게는 3만명에서 최고 16만명이 모자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에 의뢰해 3일 내놓은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결과로, 이를 해소하려면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포함) 정원을 지금보다 최소한 20% 이상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를 배출하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중장기 계획을 세워 당장 대비해야 겨우 수요를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지금도 의사가 많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인구 수에 비해 의사가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1명)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른 OECD 회원국에는 없는 한의사를 제외하면 절반 수준(1.67명)으로 뚝 떨어진다. 더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사회 진척과 복지 증가를 감안하면 전문 의료 인력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의료 인력 공급은 오히려 줄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다. 2010년 의대 전체 졸업생 수는 전년보다 22% 감소했다.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사들의 요구로 2003년부터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줄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료계는 의사 증원에 반대하고 보건당국은 여전히 이들 눈치만 보고 있다. 안정적인 군 의료 인력 수급을 위해 국방부가 추진한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은 결국 의료계 압력에 굴복해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6월에는 졸업 후 일정 기간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장학의사제도를 추진했지만 역시 보류됐다. 의료계는 내 밥그릇만 지키겠다는 집단이기주의로 맞설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의료취약지역과 의료 부문간 불균형 해소로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화급하다. 가뜩이나 의사가 부족한데 그나마 대도시로 몰려 농어촌 지역 주민의 불편이 크다. 공중보건의들이 군 복무를 대신해 농어촌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매년 그 수가 줄고 있다. 임산부가 아기를 낳으려 위험을 무릅쓰고 수백리 길을 오가야 하는 게 지금 농어촌 의료 사정이다. 모든 국민이 고른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보건당국은 이번 보고 결과를 토대로 면밀한 의료 인력 수급 체계를 다시 정비해 추진하기 바란다. 양질의 의료 인력 배출을 위해 의사단체 등 의료계도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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