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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박근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꼭 5년 전 “남들은 공주패션이라고 하는데,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했다. 육영수 여사를 연상케 하는 단정한 머리 스타일과 바지 정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박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찢어진 청바지’도 입어보겠다고 했다. 1970년대 유신 시절 청바지와 통기타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한때 금지곡인 아침이슬ㆍ고래사냥 이런 노래들이 나왔고, 그 시절 유행은 박 후보와 정반대로 투영돼왔다. 형식의 파괴가 가져올 내용의 파격에 주목, 찢어진 청바지는 뉴스가 됐다.
박 후보는 지난주 연달아 대학생들을 만났다. 총학생회장들과 반값등록금 해법을 찾는 시도를 했고, 주말에는 홍대앞에 갔다. 독립예술가를 만나고, 귀고리ㆍ팔찌ㆍ머리끈을 직접 고르고, 학생들과 어울려 팥빙수를 사먹기도 했다. 본인의 취약점인 수도권, 2030세대와의 접촉면 늘리기다.
대학생들과 만난 박 후보는 “가난할 때는 산업을 육성해야 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가치, 문화가 핵심”이라며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조회수가 5800만이 되고 세계적으로 패러디가 나오는 등 문화가 대단한 것 같다”고 했다. 박 후보가 찾은 홍대앞은 전지구적 히트를 치고 있는 강남스타일, B급 문화의 메카다. 인디밴드의 자양분이 되는 자유와 열정의 공간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B급들이 아무데나 좌판을 깔 수 있는, 날티ㆍ싼티ㆍ촌티가 전혀 저급스럽지 않은 곳이다. 짐작건대, 참모들은 공언한 대로 ‘찢어진 청바지, 그게 안 되면 청바지라도 입으시라’고 조언했을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집업점퍼에 정장바지로 연출한 박 후보의 스타일은 ‘베이직하고 심플하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한계가 느껴진다. 거기까지라는.
박 후보는 ‘국민검사’ 칭송을 받은 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 안대희 전 대법관을 삼고초려 끝에 정치쇄신특별위원장에 선임했고, 경제민주화의 원조 격인 김종인 전 경제수석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 임명했다. 부정부패 척결, 양극화 해소를 대선공약의 큰 줄기로 해서 젊은 층과 개혁성향 유권자를 끌어안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의 대척점에 섰던 노무현ㆍ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박정희 산업화 시대의 어두운 그늘에서 분신했던 전태일 열사의 가족도 만났다. ‘안티 박근혜’ 50%를 향한 화해다. ‘100% 대한민국’ 사회대통합의 방향성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감동에 인색한, 특히 정치인에게는 너무나도 인색한 시절이 없었다. 강남스타일의 선풍적인 인기는 재미있는 노랫말, 중독성 강한 비트, 사회를 비틀고 꼬는 유머에 더해 그 뿌리에는 정치ㆍ경제ㆍ문화를 총망라, 주류에 대한 강렬한 반작용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불임ㆍ근친상간ㆍ정글자본주의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비주류 속으로 박 후보는 좀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전역을 휩쓴 1% 대 99%의 반란이 ‘국가는 과연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듯,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대선후보는 내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가’를 묻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진정성이다. 웬만한 변화로는 쌓일 대로 쌓인 정치 피로를 해소할 수 없어 보인다. 혁명에 준하는 수준의 근본적인 개혁만이 보수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박근혜의 찢어진 청바지’에 주목하는 것이다.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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