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하룻새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다. 한국 법원에서 삼성 손을 들어준 다음날 미국 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인 특허 전쟁의 완벽한 승자로 애플을 지목했다. 이에 따른 특허 침해 배상액이 무려 10억4900만달러, 한국 돈으로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한국 법원은 전문 판사 3명, 미국은 비전문 시민배심원 9명이 판결을 내렸다. 이성과 감성의 대결인 셈이다. 애플 본사 소재 시민들이 배심원으로서 애국심, 애향심에 보호무역주의라는 최근 시대적 조류에 편승, 편파적 결정을 했지만 현재로선 항소심 전망도, 제품 판매금지 조치의 해결도 어두운 전망이다. 일단 법정 투쟁 준비를 더 철저히 하되 여론 사회인 미국의 시민 의식에 호소하는 데 중점을 두기 바란다. 특히 비슷한 소송에서 미국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던 영국, 독일, 네덜란드 사례를 중점 홍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평결이 확정될 경우 각종 스마트폰 기기의 가격이 급등, 소비자 선택 폭을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애플세’가 붙어 비싸진 제품을 선호할 이는 없다. 물론 삼성 쪽이 소홀한 면도 없지 않다. 네 모서리 둥근 형태는 위 아래로 들어가거나 구멍을 내는 등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시 말해 의심 살 만한 짓은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한다. 하지만 둥근 네 바퀴 차가 특허가 될 수 없듯 둥근 모서리를 특허로 인정, 소비자 가격을 급등시킨 행위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법리 투쟁과 함께 미국 시민사회에 감성적으로 다가서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