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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조학국> 아직 부족한 담합관련 준법의식
자진신고자가 신고사실 누설땐
과징금 감면 등 혜택 못받아
형사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소송 등
증가 추세 피할 길 없어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10개 증권회사를 급습하며 시작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조사가 다음날 9개 은행 본점 조사로 이어지면서 파장이 크게 일고 있다. 우선 현장조사가 광범위하게 그리고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공정위가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을 것이란 추측을 낳았다. 그리고 자진신고자의 제보 여부 논란이 있었다. 또 국민주택채권 매매 관련 다른 담합 조사에 연루된 회사가 감면 혜택을 더 받고자 CD금리 담합도 추가로 자신신고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이에 공정위는 ‘자진신고 여부를 확인해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진신고 관련 추측 보도도 점차 줄어든 것은 다행이다. 만약 자진신고자가 실제 있다고 하면, 이런 논란은 공정위 조사 공무원은 물론 신고자도 아주 난처한 일이다. 공정거래법은 공정위 공무원이 자진신고자의 신원·제보내용 등 관련된 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자진신고자도 시정조치 등을 감면받기 위해서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위원회 동의 없이 제3자에게 행위 사실 및 감면신청 사실을 누설하지 말아야 한다. 자칫하면 자진신고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지금은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대처를 촉구하는 금융소비자단체들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막 조사가 시작되었을 뿐인데도 벌써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손해배상소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은행권 대출 중 CD금리에 연동된 대출금이 대략 300조원에 달하는 만큼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외국 언론과 신용평가기관에서도 관심을 가질 정도다.

실제 담합 여부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다. 그리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지적한 대로, 이번 담합 의혹이 은행의 신뢰도에는 부정적이지만 내부 통제와 준법기능 강화로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은행 시스템에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CD금리 파동은 그 밖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먼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가 담합행위 적발과 집행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하는 것이다. CD금리 담합조사가 있자마자 자진신고자 여부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일 만큼 담합 조사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등 인터넷 환경의 변화로 담합행위 적발은 쉽지 않다. 따라서 리니언시 운용상의 문제점은 계속 보완해나가되, 본래 취지는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

앞으로 담합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적 제재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소비자로부터의 민사구제 요구가 증대될 것이다. 또한 소비자 피해가 큰 담합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상 제재도 강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준법의식이 지금보다 제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담합행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가령 한 회사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도 동조할 것으로 예견하고 인상을 선도했다면, 비록 명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정황증거가 있으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경쟁사 임직원 간 회합은 가급적 피해야 하고, 불가피한 경우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그 목적과 내용을 분명히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담합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경쟁적 구조로 바꿔야 한다. 시장참여자가 많아 담합을 형성하고 유지하기가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 경제의 여러 산업과 상품시장에서 독과점 구조가 심화되고 있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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