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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마주 보며 살필 필요 있는 北 변화 조짐
북한발 소식이 연일 흥미진진하다. 우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통치 행보가 너무나 거침이 없다. 자신의 부인을 만천하에 공개하는가 하면, 유원지에선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를 타고, 공연장에선 미키마우스의 매력에 심취해 박장대소를 아끼지 않는다.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와는 너무나 딴판이다.

북쪽 편에서 보면 그야말로 ‘오로지 인민을 위한 원수님의 행군’으로 해석할 만한 일들이지만 반대로 우리 정부로선 적잖이 고민할 상황이다. 최근 대북 전문가들의 견해는 북한이 변화를 꾀하고 있고,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는 중이라는 것이 대세다. 만일 대남 도발과 반미(反美)에 능한 이영호 총참모장 제거가 관측대로 군부를 길들이고 또 군부가 좌지우지해온 경제 분야 기득권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조치라면 예삿일이 아니다. 개혁ㆍ개방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6일 국회에 출석, 남북 간 무슨 문제든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다고 했다. ‘무조건’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상황 변화를 예고한 것이 눈길을 끈다. 사실 이명박 정부와 북한은 궁합부터 맞지 않았을뿐더러 본의 아니게 운때까지 어긋났다. ‘상생과 공영’이라는 애초의 대북정책 기조는 출범부터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망 사건으로 혼란에 빠졌고, 장거리 미사일과 핵 실험 등 악재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천안함 폭침에 연평도 포격 도발까지 발생했다. 그 와중에 남북 경협은 물론 인적 교류까지 중단한 ‘5ㆍ24 조치’가 내려졌고, 남북 관계는 임기 내내 줄곧 냉각되고 말았다.

물론 그 결과는 혹독했다. 인도적인 대북 지원마저 끊어졌고, 핵무장을 선언하기까지 벼랑끝 외교만을 고집하다 결국 국제사회 미아로 전락하고 말았다. 바로 이런 과거가 있기에 지금 북한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는 특이 상황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도 남음이 있다. 만일 북한이 경제를 우선하고 민생을 챙기겠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더구나 신권부가 선군(先軍)에서 선경(先經)으로 국정운영을 틀어잡는다면 이는 역사적인 사건일 수 있다.

물론 낙관은 금물이다. 대선으로 우리 사회는 당분간 술렁일 수밖에 없다. 언제 어느 때고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그들이다. 남남갈등이나 국론분열 책동은 경계 1호다. 국가안보와 국민안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되, 그 연유를 알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런 때 미ㆍ중과의 공조는 철저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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