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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북한판 민주화 물결 ‘목란 혁명의 날’은 언제 올까
김대우 국제팀장

2010년 12월 16일. 튀니지의 소도시 시디 부지드의 시장에서 26세의 과일 노점상 청년이 경찰의 단속에 항의해 분신했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아랍지역에 들불처럼 번진 민주화 물결의 도화선이 됐다. 튀니지의 나라꽃에서 유래한 이른바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이다. ‘아랍의 봄’의 시발점이 된 재스민 혁명으로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이 권좌에서 밀려난데 이어 30년 독재의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도 끝장났다. 리비아를 42년간 철권통치하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분노한 시위대에 처참하게 총살당했다. 이어 33년간 예멘을 통치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 예맨 대통령도 권좌에서 쫓겨났다. 이들 독재자들은 권력을 세습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썼지만 후계자로 지목됐던 아들들은 오히려 지금 모두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더이상 권력 세습이 들어설 여지는 없다.

세계의 관심은 이제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는 30년 동안 공포정치를 펼쳤던 하페즈가 2000년 급사하자 뒤를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왕정이 아닌 아랍국가 가운데 부자 권력세습이 이뤄진 드문케이스다. 아사드는 합리적인 지도자로 온건주의 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서방의 기대를 저버리고 하페즈 알아사드의 후계자답게 철권통치를 휘둘렀다. 지난해 3월 시리아에서도 민중 봉기가 일어나자 탱크와 전함까지 동원해 무차별 유혈진압에 나섰다.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의 민주화시위 과정에서 17개월간 1만9000여명 희생됐다.

최근 반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벼랑 끝에 몰린 아사드 정권은 외세가 개입할 경우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겠다면서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종말이 멀지 않았다. 아사드라고 유장하고 도도한 대하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시리아사태가 마침내 변곡점에 도달, 아사드 정권이 전복될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등 서방뿐 아니라 러시아조차도 아사드가 42회 건국기념일인 11월 13일까지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아사드는 몰락한 카다피의 전철을 밟고 있다. 카다피의 행보와 놀라우리만치 닮았다. 폭탄테러로 핵심측근 4명이 숨지고 군 장성과 외교관 100명 가량이 정권에서 이탈하는 것도 그렇고 국영TV에 등장해 ‘애써’ 건재를 과시하는 것도 어딘지 모르게 카다피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카다피와 다르다”며 선을 그었지만 시간은 절대 그의 편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십자포화 비난 속에서 버팀목이 돼준 러시아의 태도도 예전과 같지 않다. 지역 긴장고조를 우려한 아랍연맹도 아사드 정권에 신속한 퇴진을 요구하고 반정부 세력과 자유시리아군에 거국정부 구성을 요청한 상태다.

아사드 정권의 붕괴에 국제사회가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단순히 아랍권 독재자 한명이 더 물러났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민주화야말로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의 완결판이다. 재스민 혁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큰 역할을 했다. 서슬퍼런 독재에 억눌린 시민들의 주장과 목소리는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세를 결집해 외부 세계로 실시간 확산되는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다. 정보통신의 발달 및 국제적 지원의 확산으로 지구촌에서 더이상 1인 또는 1당이 주민들을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 시대가 온 것이다. 얼마전 방한한 ‘재스민 혁명’의 주역 라피크 압델살렘 튀니지 외교부 장관의 말이 떠오른다. “민주화는 운명이다. 이 운명을 피해갈 수 있는 나라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에 고립돼 살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 북한은 어떤가. 핵개발로 고립을 자초하고 세계에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으로 67년간 장기독재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지구 밖에 존재하는 나라가 아닐진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얼어붙은 동토의 왕국 북한이 결국 개혁·개방의 길로 달려나가고 북한판 재스민 혁명인 ‘목란(木蘭) 혁명’이 일어날 날은 언제쯤 올 것인가.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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