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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미세각론에 치우쳐 답답했던 끝장토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주말 주재한 내수활성화 집중토론회는 많은 건설적 얘기들이 오갔지만 답답한 국내외 경제 현실만큼 토론도 답답해 보인다. 오죽하면 민관 40여명의 전문가들을 다 불러 모아 10시간 가까이 끝장토론을 벌여야 했겠는가 싶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현실은 끝장 해결과는 여전히 요원한 거리를 좁히지는 못한 것 같다. 마라톤 회의의 결론치고는 너무나 빈약한 몇몇 과제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옹색한 입지와 제한된 여건을 동정하기보다는 속 시원하고 즉각적인 경제타개의 묘책이 없다는 사실에 더 실망하고 속상해하고 있다.

실업과 소득정체, 물가상승과 가계부채 등 다중 압박에 노출돼 있는 대다수 서민들은 직접적인 생활고 때문에, 수출과 내수의 동시 위축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경영난과 자금난으로 압박받고 있는 현 상황은 경기순환의 한 국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구조변화의 한 과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적 대응수단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외면할 수 없다.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기로 진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상수(常數)처럼 여겨온 각종 대외변수들이 한꺼번에 요동치는 작금의 상황은 최대의 위협요소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외적 확대균형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든 정책 기조나 매크로 기준도 대전환과 재점검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지금은 각론의 묘책보다는 경제운용의 기조와 방향에 관한 근본적 성찰을 위한 것이 더 시급하다. 내수확대책도 중요하지만 격동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생존과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먼저 검토하고, 미시적 현실과제들은 각 부처가 실질적이고 현실적합성 있는 정책들을 취합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끝장토론 끝에 발표된 총부채상환비율(DTI) 일부 완화나 골프장 소비세 인하, 카지노 투자 완화와 휴가 가기 등은 아무리 궁여지책이라 하지만 너무 궁색하다. 모든 국내외 사정이 유동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점에서 과감한 국내적 대응에 한계가 있겠지만 옹색한 시늉보다는 차라리 어렵고 제한된 내외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전략 부문을 선택적으로 공략하는 정책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 이 점에서는 DTI의 기술적 완화에 국한한 것은 잘한 것 같다. 자칫 부동산 경기보다는 가계부채만 악화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은 절대 금물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신중하고 지혜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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