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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 우롱한 정치, 기업 욕할 자격 없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74표, 반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 부결됐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 271명 중 197명이 그의 구속수사를 가로막은 것이다. 의외인 것은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민주통합당에서도 절반 이상의 의원이 반대나 기권 또는 무효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를 포함, 원내지도부가 즉각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그 후유증이 만만찮다.

정 의원은 2007년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금품 수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처지다. 더구나 엊그제 뇌물 수수 등 비리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명박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의원과 직접 연루됐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이유다. 이런 정 의원에 대한 구속수사는 일단 무산됐다.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합당한 법적조치가 국회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는 사실이 또 입증된 셈이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정치개혁 차원에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순탄하게 처리될 것으로 국민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야가 국회의원 특권을 과감하게 내려놓겠다며 경쟁하다시피 해 왔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법을 무시하고 범죄혐의자를 감싸 안는 구태정치의 몰염치를 재연하고 말았다. 4ㆍ11 총선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른 80여명의 의원이 기를 쓰고 반대에 나섰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더 가관인 것은 여야의 삿대질이다. 민주당은 국민 앞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떠들어 댄 새누리당이 작전을 짜고 국민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민주당 등 야당도 동의안 부결에 가세해 놓고 새누리당의 쇄신을 흠집 내고 있다며 특히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반대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곧 있을지 모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검찰 조사 또는 체포동의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결에 참여했다는 것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그 전략이다. 60여명의 반대표가 나온 이상 민주당은 아니라고 할 수 없게 됐다.

꼼수정치를 보면 해머에 전기톱에 최루탄을 터트리고도 버젓이 금배지를 달고 다니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런 정치가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면 어불성설 아닌가. 경제민주화랍시고 세계적인 기업 반열에 오른 대기업들을 싸잡아 범죄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단죄까지 하려드는 자체가 우습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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